"TV 속 호통치는 아저씨, 우리 부장님인 줄"

지난 1일 SBS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에 출연한 배우 장신영씨는 "약혼자 강경준씨가 미안하다며 반성했다"고 말했다. 강씨가 사과한 이유는 지난해 10월 방송된 내용 때문이다. 당시 강씨는 짧은 치마를 입고 데이트하러 나온 장씨를 집으로 돌려보내 청바지로 갈아입혔다. 강씨는 방송에서 "여자 친구에게 치마를 못 입게 한다"고 했다. MC들도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고 맞장구쳤다. 방송 직후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여자 친구를 인형으로 취급하느냐' '복장 검사하는 직장 상사냐'는 비난이 올라왔다. 연인을 통제하려 드는 강씨의 행동이 '가부장적일 뿐 아니라 일종의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트위터 글은 3000건 넘게 리트윗(공유)됐다.

TV 리얼 예능 프로그램의 '아저씨' 출연자들이 20대 여성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예능 프로는 24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일상 관찰 예능이 대세. 생활 속에서 굳어진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경우가 많아 출연자의 크고 작은 언행이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tvN '강식당'의 강호동씨를 두고도 '한국 중년 남성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방송에서 새 메뉴를 개발하던 멤버들은 주방장 강씨에게 탕수육을 튀겨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강씨가 정색하고 다그쳤다. "그럼 너희들은 뭘 할 거냐. 나는 아침부터 한 번도 못 쉬었다." 자신이 실수한 뒤에는 느닷없이 "다들 집중합시다!"라고 외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자기가 일 다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후배들을 무시하는 모습이 우리 부장님인 줄 알았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화부터 내는 태도가 위압적이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온 제작자 양현석씨도 비난을 샀다. 20대 후반 여성 아이돌 지망생을 두고 "은퇴할 나이인 것 같은데?" "이 나이 동안 뭐 한 거예요?"라고 해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트위터·페이스북 등에는 "쉰이 다 된 양현석씨는 언제 은퇴하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성세대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 언행을 요즘 세대는 불편해한다"며 "제작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석희 TV평론가는 "가정집을 찾아가 밥을 얻어먹는 한 예능 프로에서 '남자 연예인들이 전부 앉아서 밥상만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엔 남자 출연자들도 식사 준비를 거드는 노력이 보인다"며 "여성 시청자들의 예리한 눈이 고정관념을 깨는 방송을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