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9 22:36

2년째 호황으로 '곳간' 두둑해져
수조원 투자한 신산업 설비 올해 상반기 일제히 가동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다각화, 높은 수익성 추구

최근 2년 연속 큰 호황을 누리면서 '곳간'이 두둑해진 정유업체들이 새해 들어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정유업계 특성상 언제 업황이 곤두박질칠지 모르는 만큼 여유가 있을 때 미래를 대비하자는 포석이다. 크게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고 다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업계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OCI의 합작회사인 현대OCI가 2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 인근에 건설 중인 카본블랙 생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와 OCI의 합작회사인 현대OCI가 2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 인근에 건설 중인 카본블랙 생산공장 전경. 올해 상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오일뱅크
수조원대 신규 설비 잇달아 준공

국내 정유업계가 수조원을 투자한 대규모 설비는 올해 상반기 일제히 완공돼 가동을 시작한다. 지난 8일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4월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RUC & ODC) 프로젝트를 완공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 설비인 RUC & ODC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란 원유에서 가스·경질유 등을 추출한 뒤 남는 값싼 중질유를 원료로 휘발유·프로필렌과 같은 고급 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양이 같은 원유를 투입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 원가 절감과 수익성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는 RUC 시설에서 생산되는 프로필렌을 원료로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6년 2월 국내 1위 카본블랙 생산업체인 OCI와 함께 현대OCI를 설립하고 카본블랙 사업에 진출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카본블랙은 주로 타이어와 고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와 프린터 잉크의 원료로 사용된다. 현대OCI는 총 2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 공장 인근에 카본블랙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 상반기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터리·바이오연료 등 신사업도 강화

정유업체 올 상반기 가동 프로젝트
신사업도 강화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상반기 충남 서산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제2 공장을 완공한다. 신규 생산 라인인 4~6호기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생산 능력은 3.9GWh(기가와트시)로 연간 약 14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올해 하반기 증설 예정인 7호기까지 완공되면 총 4.7GWh(전기차 약 17만대 규모)까지 확대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은 2020년 110GWh, 2025년에는 350~1000GWh로 급격히 성장할 전망"이라며 "시장 상황과 수주 현황을 반영해 배터리 생산량을 2020년엔 10GWh로 늘리고,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GS칼텍스가 500억원을 들여 2016년 9월부터 전남 여수에 건설을 추진한 바이오부탄올 시범 공장은 지난해 준공, 올해 상반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폐목재 등에서 추출하는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라 부르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밀도가 높으면서도 엔진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앞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고도화 시설 등에 총 1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신년사에서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투자와 바이오 화학 사업의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해 신규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는 업황 변동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올 초부터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면서 정제 마진(휘발유·경유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 등 비용을 빼고 남은 이윤)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더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만큼 지금 돈을 벌 때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올해 정유 업계의 화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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