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9 23:32

['가치투자 전도사'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대표에 올라]

"성장주, 작년 큰폭 오른데다 법인세 인상 등 악재 대기로 코스피 더 오르기 쉽지않을것
'10년펀드' 작년 수익률 4% 그쳐 믿어준 고객에 진심으로 죄송… 리서치팀 보강, 원점서 재검토"

"올해는 자신 있습니다. 지난해 마음고생 하셨을 고객들께 좋은 성과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이채원(54)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올해는 최근 3~4년간 상승세에서 소외돼 있던 중소형 가치주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해 이익을 얻는 '가치투자'의 개념을 한국 증권가에 처음 들여온 인물이다. 1998년 가치투자 펀드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6년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를 표방한 한국밸류운용 출범 당시부터 12년째 최고운용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올해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이채원 신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이채원 신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는“더 이상 떨어질 데 없는 주식을 사면 오를 일만 남는다”며“소심하고 겁 많은 내 성격에는 이 같은 가치투자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 기자
그런데 한국밸류운용의 대표 펀드 '한국밸류 10년투자 주식투자신탁1호'는 지난 3년간 실적이 부진했다. 증시 활황장에서 고수익형 성장주, 대형주가 주목을 받고 중소형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가 24.9% 오르는 사이 10년투자펀드 수익률은 4.66%에 그쳤다. 2012년 20.79%, 2013년 19.4% 등 높은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샀던 고객이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해 많이 이탈했다.

이 대표는 "방어적인 운용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너무 빨리 매각한 탓"이라며 "고객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가치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많은 고객이 낮은 실적에도 여전히 믿고 기다려주셨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밸류 10년펀드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이 8년 넘게 이 펀드에 장기 투자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 여전히 저평가된 가치주가 많고, 이들 주가는 오른다는 확신이 있다"면서 "올해는 중소형 가치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성장주가 압도적으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싼 종목이 늘어났고, 코스피가 더 이상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인세가 오르고 미국 금리 인상도 예정돼 있어 대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2013년 이후로 움직이지 않았던 중소형 가치주의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대표는 최근 리서치(연구) 인력을 보강했다. 현재 투자 중인 주식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인건비 비중이 낮아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을 덜 받는 탄탄한 중견기업, 기업 자산 가치, 영업이익과 배당 등을 포함한 내재 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높은 종목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저평가 기업 중에서도 자생력이 강한 회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비슷한 규모의 중견기업이라도 현대·기아차에만 납품하는 회사보다는 포드, 크라이슬러 등 여러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의 성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향후 목표에 대해 "고객에게 금리+알파(a)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안겨드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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