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지 말고 구경해볼까

"센니햐쿠닌가 미테이루데스까? (1200명이 보고 있다고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한 일본 남자에게 1인 미디어 제작자 유민성(39)씨가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일본 남자가 놀라서 물었다. 그 화면을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시청자 1200여 명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채팅 창에 각종 제이팝(J-Pop) 신청곡이 쏟아지자 유씨가 그중 하나를 골랐다. 일본 록밴드 원오크록의 노래 'Wherever you are'. 일본인 관객 셋이 전부였던 길거리 공연이 한국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즉석 콘서트가 됐다.

어디에 있든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전 세계 여행지 곳곳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여방(여행방송)'이 인기다.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방송)'에 이은 대리 체험 방송의 연장이다. 여방 제작자들은 주로 셀카봉에 스마트폰이나 고프로 같은 액션캠을 달아 자신이 여행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영한다.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은 채팅으로 의견을 전하며 여행에 개입한다. 가보고 싶었던 명소로 제작자를 이끌거나, 가봤던 여행지 맛집을 추천하며 추억을 곱씹는 식이다.

유튜브에 '여행방송'을 검색하면 나오는 국내 영상만 16만여 개. 미국·유럽·일본 등 대표적인 여행지가 중심이다. 국내 전국을 걸어서 일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이들도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 약 9만명을 보유한 여방 제작자 홍상혁(32)씨는 "시간과 돈이 없어 여행을 못 가는 직장인이나 외국 문화나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주요 시청자"라며 "3주 동안 유럽 여행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여행이 끝나자 구독자들이 단체로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기도 하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