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15 11:35

중국 고전에서 유래된 “중용의 도”라는 말이 생각난다. 굳이 해석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안에 대해 누가 옳고 누가 그런지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중간에서 절충점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용의 도”는 2018년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충실하게 실천해 나가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2017년 대한민국은 하나의 나라이면서 마치 두 개의 민족이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옛날부터 그러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조선 시대만 보더라도 소론, 노론 혹은 동인, 서인으로 갈려 서로 집단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면서 심지어 상대방을 해치는 경우를 접했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철저한 신분 사회로 즉, 상민과 양반으로 구분된 사회에서 주로 집권층 본인들의 사익 추구에 따른 분쟁이었다. 현재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의 분쟁이다.

세월이 흘러 1900년대 들어서 이러한 봉건주의 시대의 신분 사회는 사라지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대한민국에도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은 너무나 극명하게 좌, 우로 나뉘어서 서로에게 일체의 양보와 협상도 없이 지나간 한해였다.

현재를 살아가는 50대 이상의 대한민국 중, 장년층은 고도 성장기에 온몸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해 1960년 국민소득 80불 시대에서 2018년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만든 주역이다. 이분들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현실을 바라봤을 때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양쪽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렇게 양쪽의 의견이 나누어졌을 때 서로 간의 절충을 통해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말하는 소위 ‘협치’라고 한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에선 사라진 느낌이다.

오직 본인의 의견만 옳다고 상대방의 의견은 일언지하에 무시하고 본인의 의견만 끝까지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타협은 없고 좀 더 목소리가 크고 좀 더 힘의 우위에 있는 사람의 의견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 주장이 진정으로 옳은 것인가에 대한 평가도 없이 말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선 여러 가지 교통편이 있다. 건강한 사람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면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자전거도 버스도 싫다면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각자 상황에 맞게 이동하면 되는데, 부산에서 서울을 가려면 가장 빠른 기차를 이용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개인의 다양성이 좀 더 존중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좌, 우로 나뉘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세계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이러한 형태의 국가가 대부분이다. 가장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공화, 민주 두 진영으로 나누어 상호 간 날 선 비난과 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만 특별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당연히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도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은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부산에서 서울을 갈 때 누군가가 좀 느리지만 걸어서 가자는 의견에 비난의 눈길을 보내지 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번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 이치가 ‘이것이 절대적이다’라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상 중용의 도를 마음속에 품고 생활할 때, 더욱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무술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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