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장 3년 장충체육관, 82만명이 즐겼다

국내 최초의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50여 년 만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2015년 재개장한 뒤 3년 만에 누적 관객 80만명을 돌파했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유명 가수 콘서트와 뮤지컬 등 문화 행사로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설공단은 17일 재개장 3주년을 맞이한 장충체육관이 누적 관객 82만2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쉴 틈 없이 개최된 행사 덕분이다. 지난 3년간 매해 평균 233일은 행사가 열렸다. 지난달에는 단 이틀을 빼고 매일 스포츠 경기와 공연·행사가 이어졌다. 3년간 개최된 행사 254회 중 107회가 스포츠 경기였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우리카드 남자배구단과 GS칼텍스 여자배구단의 홈구장이라 배구 경기가 76회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씨름·유도·탁구·이종격투기·아마추어 농구 경기 등이 열렸다. 문화 공연장으로도 활용되며 찾는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몬스타엑스 등 아이돌 그룹, 태진아·송대관 등 트로트 가수 콘서트까지 열려 10대 소녀 팬부터 어르신까지 몰렸다.

장충체육관은 한국 현대사와 호흡을 함께했다. 1960·70년대 여러 스포츠 영웅을 탄생시켰다. 1966년에는 프로 복서 김기수가 이탈리아의 권투 영웅 니노 벤베누티를 꺾고 한국 최초의 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박치기왕' 김일의 프로레슬링 경기가 있는 날에는 체육관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치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1972년 12월 유신헌법에 따라 이곳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선출됐다. '체육관 선거'는 최규하·전두환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이후 시설이 낙후되면서 매년 적자를 내다가 2012년 5월 개보수 공사를 시작했다. 2년 8개월간 공사비 326억원을 들였다.

재개장한 체육관은 지하 2층과 지상 3층 규모로 전체 면적을 넓히고 보조체육관과 다목적시설을 만들었다. 보조체육관은 소규모 체육대회와 생활체육 동호회인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개방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3년간 시민 4만7000명이 이용했다. 길이 20m의 전면 거울이 설치된 다목적실은 요가·에어로빅·댄스·연극 등을 연습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저렴한 이용료로 대학생 동아리도 부담 없이 빌릴 수 있다. 토요일엔 무료 공부방으로 바뀐다. 지하 1층 다목적실을 스터디 공간과 어린이 미니도서관으로 운영한다. 이곳도 무료다. 매주 화요일엔 65세 이상 시민을 위해 운동교실도 무료로 열고 있다.

장충체육관의 부활에는 2만석이 넘는 대형 경기장에 비해 작은 3000~4000석규모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점도 주효했다. 규모가 작다 보니 대관료가 1000만~1500만원으로 저렴해 행사 유치에 도움이 됐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매표소까지는 2분도 걸리지 않는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재개장한 장충체육관이 시내 행사 유치에 새 수요를 창출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