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前 바람 등지고 옷 털어내야… 물 자주 마셔야 가래 등으로 배출 만성질환자는 되도록 외출 삼가야… 우울증 유발, 정신건강도 주의를
평소 건강한 경기도 일산의 최모(67)씨는 18일 낮 호수공원을 산책하다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좀 쉬면 괜찮겠지' 했는데도 가슴이 여전히 답답하고 기침까지 나왔다. 심근경색증이 의심돼 급히 응급실을 찾았지만 심장에 이상은 없었다. 의료진은 그러나 "고농도 미세 먼지에 기관지가 예민해져 천식 유발 증세가 나온 것 같으니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쉬며 물을 자주 마시라"고 했다.
◇미세 먼지 경보 날 야외 활동 자제해야
호흡기의학 전문가들은 미세 먼지 농도가 짙은 날 만성질환자나 노약자들은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천식이 있거나 만성기관지염, 만성폐쇄성 폐질환, 심부전, 신장부전, 심근경색증 후유증 환자,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 등은 미세 먼지 노출에 취약하다. 다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 이틀 미세 먼지 속에서 운동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장준 교수는 "미세 먼지 경보가 발생한 날 들이마신 미세 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정도는 담배 한 갑을 피운 것과 같다"면서 "만성질환자는 이 정도에 질병이 악화될 수 있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는 단기간 미세 먼지 노출이 질병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미세 먼지는 정신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권모(51)씨는 미세 먼지 주의보가 나오는 날이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진다고 말한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 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우울증 발생 위험은 44% 증가했다. 특히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우울증 위험이 83% 늘었다. 미세 먼지 경보 날은 정신건강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세 먼지 피해 줄이려면
만성질환자가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로 인증한 KF80은 미세 먼지를 80% 걸러낸다. 일반인은 이 정도면 무난하다. 'KF94''KF99'는 그 퍼센트만큼 미세 먼지를 걸러낸다는 표시인데 바람이 통하지 않아 호흡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야외 활동을 마치고 귀가하기 전 옷에 묻은 미세 먼지를 털어내야 실내로 미세 먼지를 옮기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집 밖에서 바람을 등지고 옷을 꼼꼼히 털어내야 한다. 미세 먼지는 머리카락 사이 두피에 특히 잘 쌓이는데, 잘 털리지 않으니 반드시 머리를 감는 게 좋다. 손도 되도록 자주 씻어야 한다.
물은 조금씩 자주 마시면 좋다. 코와 호흡기 점막의 수분량이 많아져 숨 쉴 때 들어오는 미세 먼지를 잘 흡착시켜 가래나 딱지로 배출시킨다. 미세 먼지로 코와 목이 깔깔하고 기침이 나오는 것은 코 점막과 기도에 미세 먼지가 닿아 생기는 알레르기 증상이다. 코는 생리식염수로 세척하고, 목은 자주 가글링하거나 양치질을 해야 한다.
미세 먼지가 심한 날 실내 창문을 열어 환기해야 하느냐도 고민거리다. 미세 먼지 경보일 때는 창문을 닫고 지내다가 주의보 수준으로 내려가면 하루 두세 차례 잠깐씩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 된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게 좋다.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진공청소기를 쓰면 실내에 들어온 미세 먼지가 더 날릴 수 있으니, 물걸레를 이용하는 게 좋다. 요리할 때도 미세 먼지가 다량 배출되므로 반드시 환풍기를 틀어야 한다. 실내에 공기정화 식물을 두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