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19 00:45

디자인·프로그래밍·회계 등 온라인 재능시장 폭발적 성장
사이트서 '사업자' 등록 후 거래 성사되면 수수료 지불
검증 잘 안돼 환불 등 부작용도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건행(25)씨는 지난해 8000만원을 벌었다. 웬만한 대기업 직원보다 연봉이 높다. 스타트업이나 상점의 로고를 만들어주는 일이 이씨의 주 업무다. 프리랜서로 활동한 지 3년여 만에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취업을 목표로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이씨는 지난해 학교를 자퇴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더 이상 '대학 졸업→취업'이라는 경로를 따라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프리랜서임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근무하고, 주말에는 무조건 쉬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씨는 "자유로우면서도 능력만큼 벌 수 있는 현재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재능마켓' 프리랜서 급증

갈수록 취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이씨처럼 재능을 활용해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온갖 자격증과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도 번번이 취업 문턱에서 고배(苦杯)를 마시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재능을 무기로 완전경쟁시장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들이 서로의 재능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가 '재능마켓'이다. 이씨도 수입의 절반 정도를 재능마켓을 통해 올린다. 거래되는 재능은 무궁무진하다. 디자인 작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소셜 미디어 마케팅, 세무회계 등의 각종 사업 지원 분야부터 강습 및 과외, 통·번역, 연애·심리 상담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재능마켓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업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하는 크몽의 경우, 지난 2년간 회원 수가 4배나 늘었다. 누적 거래 금액은 이달 300억원을 돌파했는데, 200억원을 돌파한 지 6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3~4년 전만 해도 제대로 운영되는 플랫폼이 10곳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수십 곳에 달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세계 재능공유시장 규모는 2025년 4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규모가 같은 기간 최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몽의 박현호 대표는 "자유로운 생활과 고소득에 매료돼 자발적으로 프리랜서가 된 사람이 많고, 재능 장사를 부업으로 삼는 직장인도 상당수"라며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회사 취업만 노릴 것이 아니라 재능마켓의 문을 두드려 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중개 수수료 꼼꼼히 비교해야

크몽 외에 많이 알려진 재능마켓 플랫폼으로는 숨고, 탈잉, 오투잡, 플리토 등이 있다. 오투잡은 크몽처럼 거래되는 재능의 종류와 전달 방식이 총망라된 '종합 장터'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재능마켓으로 볼 수 있다. 숨고와 탈잉은 주로 과외나 강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국어부터 악기 다루는 법, 춤 강습, 성악·보컬 레슨, 블로그 운영법 등의 재능이 거래되고 있다. 플리토는 외국어 번역에 특화된 곳이다.

재능을 판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재능마켓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 접속해 본인 인증 절차 후 자기소개 글과 함께 자신의 경력 사항과 보유 자격증 등을 입력하고 '사업자'로 등록하면 된다. 소개 글을 쓸 때는 판매하고자 하는 재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재능마켓 플랫폼 대부분은 판매 금액 제한이 없다. 등록 시에는 비용이 들지 않으며, 거래가 성사될 경우에만 업체에 중개 수수료를 낸다. 중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은 플랫폼마다 차이가 크다〈표〉. 수수료에 민감한 사람은 꼼꼼히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재능마켓에서 돈을 벌려면 사업자 등록이 필수다. 재능 판매를 시작하고 20일 이내에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관할 세무서에 신청하면 된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할 경우, 가산세 부담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재능마켓은 판매자에 대한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도 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환불이나 서비스 불만 접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로의 재능을 공유한다는 좋은 취지를 계속 살려나가려면 관리 부실에서 오는 폐단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