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23 01:15

치료까지 2시간이 골든타임
5시간 이상 걸린 지역 9곳… 119 구급차 이용률도 편차 커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이 괴사하는 질환인 심근경색은 가슴 통증 증상이 발생한 후 120분(골든타임) 안에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증상 발생 후 응급실 도착까지의 시간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시보다 농어촌에 사는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늦게 왔다.

최근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황진용 교수(경남권역심뇌혈관센터장)가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온 환자 수는 2만3585명이었다.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도착 시간을 분석한 결과, 시(市)와 군(郡) 간의 차이가 컸다. 응급실에 가장 빨리 도착한 지역은 충남 계룡시로 51분이 걸렸고,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지역은 전북 진안군으로 410분이 소요됐다. 지역 간 소요 시간이 최대 8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심근경색 환자의 증상 발생 후 응급실 도착 소요 시간을 분석한 결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최대 8배나 났다. 평소 심근경색 증상을 숙지하고 주변에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둬야 한다.
심근경색 환자의 증상 발생 후 응급실 도착 소요 시간을 분석한 결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최대 8배나 났다. 평소 심근경색 증상을 숙지하고 주변에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둬야 한다.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응급실 도착까지 5시간 이상 걸린 지역은 경남 고성군(404분), 충북 옥천군(350분), 강원 고성군(331.5분), 강원 정선군(329분), 충북 영동군(328분), 강원 동해시(323분), 전북 무주군(307분), 충북 단양군(300분)이었다.〈그래픽〉 황진용 교수는 "지방에는 고령자가 많고, 의료 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져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심근경색 환자는 생존을 위해 증상 발생 후 최대 180분 전에는 혈관을 뚫어야 한다. 황 교수는 "의료진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증상 발생 후 150분 안에는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결과, 서울과 광역시에 사는 심근경색 환자들은 비교적 병원에 일찍 도착했다. 서울은 모든 구에서 150분 미만이었다. 부산, 대구, 인천은 부산 영도구(216분), 대구 서구(190분), 대구 남구(162분), 인천 옹진군(161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구(區)가 150분 미만이었다. 대전, 울산, 세종도 모두 150분 미만이었다. 경기 의왕시(60분), 대전 중구(61분), 강원 춘천(64분), 부산 해운대구(65분)는 1시간 남짓 걸렸다.

그래픽=김하경
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 일찍 도착하려면 자신의 증상이 심근경색인지 빨리 인지하고, 스텐트 등 심근경색 시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가야 한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심근경색을 인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심근경색의 증상은 극심한 가슴 통증, 목이 조이는 느낌, 왼팔로 뻗치는 통증 등이다. 전국 11개 권역심뇌혈관센터에 온 심근경색 환자를 분석한 결과, 16.9%만이 병원 도착 전에 자신이 '심근경색'일 것이라고 인지했다. 특히 경남권역심뇌혈관센터의 경우 심근경색 인지율이 2.7%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황 교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심근경색 증상에 대해 모르고 있다"며 "의학 정보에 대한 교육을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환자는 증상이 발생하면 119 구급차를 이용해야 혈관을 뚫는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신속하게 올 수 있다. 그렇지만 2016년 심근경색 환자의 119 구급차 이용률 전국 평균 48%였다. 이마저도 지역 별로 큰 차이가 있다. 119 구급차 이용률이 가장 낮은 지역인 전남 구례군은 이용률이 18.2%, 가장 높은 지역인 경기도 하남시는 68.8%로 차이가 컸다. 서울(54.7%), 인천(52.6%) 등 수도권은 높고 전남(36.7), 경북(38%) 등 지방은 낮다.

뉴고려병원 오동주 원장(고대의대 심장내과 명예교수)은 "심근경색 사망률은 지방 환자가 서울에 비해 3배나 된다는 조사가 있다"며 "심근경색은 갑자기 발생하며 빠른 대처만 이뤄진다면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평소 심근경색 증상을 숙지하고 주변에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두라"고 말했다. 황진용 교수는 "지방 환자의 특성, 지방의 응급후송체계, 의료 기관의 실력 등을 고려한 공공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