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이상득 압수수색… MB가족 덮친 특활비 수사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2일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83) 전 국회의원의 서울 성북구 자택과 여의도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0 ~2012년 사이 1억여 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해 온 국정원 특활비와는 다소 갈래가 다르다. 검찰은 그동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4억원,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1억원,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5000만원을 국정원에서 받아 사용한 혐의를 수사해왔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은 청와대를 거치지 않고 국정원 직원을 통해 직접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검찰은 최근 목영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의원 혐의와 관련한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이 전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의원 측근인 김모씨를 불러 조사했으며 조만간 이 전 의원을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부의장 및 6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최고 실세로 거론됐다. '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는 뜻의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전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저축은행 로비 사건 때 솔로몬저축은행 측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2년 구속돼 1년 2개월 수감 생활을 했다. 2015년에는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포스코가 자신의 측근들에게 20억원대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양쪽 눈이 모두 사실상 실명 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지난번 구속 중 왼쪽 눈을 실명했고 지금은 둘 다 거의 보이지 않는데 검찰이 너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의원까지 국정원 특활비 사건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족을 겨누는 모양새가 됐다. 아직까지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전달받았다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 상황에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가족을 수사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서서히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했던 장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불러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대질 신문을 했다. 김 전 실장은 "방미(訪美)를 앞둔 2011년 국정원에서 받은 10만달러를 장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가 전달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면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에서 양 갈래로 수사 중인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씨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씨는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고 있는 다스의 회장이다. 검찰이 다스의 12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 실소유주 의혹을 조사하려면 이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이씨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