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수익률 상위 10개 중 국내 주식형은 달랑 한개뿐 1년·2년 투자땐 국내형은 '0'
올해부터 해외 비과세 사라져 채권형 펀드 등으로 분산투자를
직장인 이모(33)씨는 연말 성과급 등으로 생긴 여윳돈 600만원으로 펀드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인터넷에서 펀드 수익률을 비교해 봤더니 실적이 좋은 상품은 대부분 '해외주식형'이었다.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무조건 해외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어야겠지만, 해외 증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이씨는 "부진한 펀드에 돈을 넣자니 아쉽고, 해외주식형에 넣자니 불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상위 펀드는 해외주식형이 많아
이씨처럼 펀드 투자를 하려는 이들 중에선 당장의 수익률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1~3개월의 단기 수익률을 본다. 최근의 펀드 수익률을 보면 해외주식형의 압승이라 할 만하다. 일주일부터 1~5년까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든, 수익률 상위권을 거의 대부분 해외주식형 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펀드 유형은 14~15종류다. 크게 주식형·채권형·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부동산형 등이 있고, 각 유형을 다시 국내와 해외로 나눈다. 주식혼합형은 주식과 채권 비중이 6대4, 채권혼합형은 채권과 주식 비중이 7대3 정도 된다.
23일 펀드 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지난 19일 기준) 수익률 1위는 브라질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로 3.52%였다. 남미 신흥국 증시에 고루 투자하는 펀드가 수익률 3.35%로 뒤를 이었다. 유럽신흥국주식(2.27%), 중국주식(2.21%), 글로벌신흥국주식(2.15%) 등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수익률 상위 10개 유형 중 해외주식 비중이 없는 펀드는 일본리츠재간접(해외 부동산형)과 중소형주식(국내 주식형) 등 2개뿐이었다.
기간을 3개월이나 1~2년으로 늘려 잡으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진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 상위 10개 유형 가운데 해외주식 비중이 없는 펀드는 1개(국내 주식형)밖에 없고, 최근 1년과 2년은 각각 0개다. 수익률 산정 기간을 5년으로 잡아도 해외주식 비중이 없는 펀드는 2개(국내외 부동산형)에 그친다.
해외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것은 그만큼 해외 증시가 수년간 상승세를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90.2%, 일본 닛케이지수는 127.1%, 유로스톡스는 35.3% 상승했다. 우리나라 증시(+26.3%)를 비롯해 중국(+51%)과 베트남(+140.4%) 등의 신흥국 증시도 폭발적 상승세를 보였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금이 많이 풀리면서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실물경기 회복세가 나타났다"며 "낙수 효과로 2년쯤 전부터는 신흥국까지 자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 증시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분산투자해야
전문가들은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좋다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은 무모하다고 말한다. 지금이야 장(場)이 좋지만, 언제든 정점을 찍고 내려갈 수 있는 만큼 비 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올해부터 비과세 혜택(매매 차익이나 평가 수익, 환차익에 부과되는 15.4%의 배당소득세 면제)이 없어졌기 때문에 세후 수익률을 계산하면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니 해외주식형 수익률이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경기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정기가 온다. 채권형 펀드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해 놓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관리 전문가들은 다소 공격적 성향(목표 수익률 연 6~7% 정도)의 펀드 투자자에게 주식형과 채권형, 대안형에 각각 60%, 25%, 15% 정도씩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대안형은 전통적 투자처인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부동산, 비상장 기업 대출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형·채권형도 해외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국내 상품도 장바구니에 담는 전략이 낫다. 안정적 성향(목표 수익률 연 3~4% 정도)의 투자자는 반대로 주식 25%, 채권 60%, 대안형 15% 정도씩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