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CEO 글로벌 전략 회의는 매년 그룹의 최고경영인(CEO)이 참석해 그해 경영 이슈와 한 해 전략을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도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구본무 회장이 직접 주관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는 구 부회장이 1박 2일 20여 시간 '마라톤 회의'를 챙겼다. 구 부회장은 2016년 연말 인사에서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의 기존 역할에 더해 그룹 사업 전반의 전략 보고회와 경영 회의체를 이끌면서 경영 외연을 넓혀왔다. 전략 회의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과 계열사의 CEO, 사업본부장 등 CEO급 40여 명이 참석했다.
전자·생활건강 등 지난해 LG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CEO들은 작년에 거둔 성과에만 만족할 순 없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외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L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상승세를 보였던 글로벌 경기는 올해 환율, 유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변수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는 등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과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은 '지능형 자율 공장' '모듈러 디자인' 제조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LG전자는 작년 말부터 6000억원을 들여 경남 창원 1사업장을 2022년까지 친환경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또 다양한 고객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 생산 과정에 모듈러(규격화)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CEO들은 회의에서 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였다. CEO들은 경영 외부 여건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의 근간인 '제조'와 'R&D'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제조 분야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생산의 효율성과 제조 역량을 높이고, 협력회사와 기술 및 인프라 지원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했다. R&D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융·복합 연구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과 연구 협력도 강화해 R&D 경쟁력을 높이고, 연구 성과는 철저히 사업화와 연계해나가자고 했다. 작년 10월 입주가 시작된 LG사이언스파크에는 상반기까지 그룹 R&D 인력 2만2000여 명이 모여 LG의 혁신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