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쿡방에 이어 '커방'이 뜬다

"나 5초만 쳐다보면 안 돼? 제대로 눈 쳐다봐봐." "(눈 감고) 보고 있잖아."

군대를 갓 제대한 남자 친구가 오랜만에 만난 여자 친구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대박'이 났다. 여자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영상은 약 2700회 공유되면서 28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데이트 영상이 인기를 끌자 이들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개설 1년여 만에 얻은 구독자 수는 34만. 이들이 매주 2회씩 올리는 5분짜리 짤막한 영상은 많게는 300만회까지 재생된다.

'먹방' '쿡방'에 이어 연인들이 올리는 커플 영상 '커방'이 대세다. 유튜브에는 '성수커플' '엔조이커플' '쏘야쭝아' 등 수십 개 커플 채널이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콘셉트로 인기를 끈다. 성수커플은 동갑내기 커플이 찜질방, 놀이공원, 만화방 등에서 티격태격 데이트하는 모습으로 68만의 구독자를 얻었다. 엔조이커플은 '게임하는 남자 친구 모니터 꺼버리기' 등 짓궂게 장난치는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쏘야쭝아 커플은 '하늘 참 예쁘다'는 여자 친구 말에 "네가 더 예뻐"라고 말해주는 남자 친구의 달달함이 매력 포인트다.

"연예인처럼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에 있을 법한 연인들 일상이라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구독자 수 34만을 보유한 쏘야쭝아 신소현(22)씨는 '평범함'을 인기 이유로 꼽았다. 커플 영상을 자주 챙겨본다는 임이랑(25)씨는 "연애할 시간도 여유도 없지만 또래 친구들이 데이트하는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얻는다"고 말했다.

커플 영상은 해외로도 진출했다. 지난해 7월 홍콩 기반의 유머 사이트 '9gag'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우리나라 '성수커플'의 영상이 올라와 98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한국 커플들은 이렇게 다 귀엽냐' '내 남자 친구를 한국으로 보내서 달콤함을 배워오라고 하겠다' 같은 댓글 반응이 나왔다. 이 커플은 영상에 영어 자막도 함께 넣고 있다. '쏘야쭝아' 커플은 일본어로 쓰인 댓글이 늘자 일본에서 인기 있는 춤 '코이댄스'를 추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간혹 '악플'도 달리지만 일일이 답글을 달아 응수한다. 신씨는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건전한 데이트를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