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31 09:58

요즘 신문 지상을 통해 가상화폐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곤 한다. 이 가상화폐로 일확천금을 벌어들인 사람들의 얘기가 종종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면 100만 원을 투자해 1년여 만에 수십 배의 이익을 거두었다는 등 평범한 일반 직장인이 20년 이상을 열심히 저축해도 만져볼 수 없는 거금을 벌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성실하게 살아왔던 직장인들은 자괴감이 든다. ‘남들은 이렇게 눈치 빠르게 빨리 쉽게 돈을 벌 때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지’라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투기와 투자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투기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고 투자는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숫자로 구별한다면 2030이라는 단어는 젊은이를 일컫는 말이고 7080은 그들의 아버지 세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투기와 투자의 개념을 얘기했을 때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간단하게 답할 수 있다. 투기는 단기간에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고, 투자는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가치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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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기성세대가 현재 가상화폐 광풍에 휘말려 일확천금을 노리면서 가상화폐 투기에 매달려 있는 젊은이에게 투기하지 말고 투자하라고 감히 조언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가 이런 투기적인 상황에 내던져진 것이 누구의 책임이냐고 물을 때, 기성세대 중 어느 누가 ‘나는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최근에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라는 속담이 있다.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이렇게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의 장으로 이끈 것은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7080 세대들이 살아온 70~80년대는 현재를 사는 젊은 세대와 비교해 그마나 개인의 노력으로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은 그 당시와는 많이 다른 환경이다. 예를 들면 기성세대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지방 대학을 나오더라도 어느 정도 골라서 기업체에 취직해서 안정된 생활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요즘에 대학을 다니는 젊은이들은 지방은 차지하고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졸업해야 소위 대기업이라는 직장을 겨우 얻을 수 있다. 즉, 극소수만이 누구나 인정하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을 고를 수 있다. 그 외 졸업생 대부분은 미취업으로 취업 재수, 삼수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이 투기라는 가상화폐에 매달리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도 현재의 위치까지 오기까지 결코 비단길만 걸어서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기성세대가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자기들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도리이다. 더위에 지쳐 목이 바싹 말라가는 사람에겐 물 한 모금이 어떤 억만금의 금은보화보다 더 귀중한 값어치를 하는 것처럼 우리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현 상황을 투기라고 보지 말고,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따뜻한 충고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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