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우량 금융회사 우선주에 분산투자하는 ETF도 노려볼 만 年 5%대 후반 이자는 덤
작년 4분기(10~12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원화 강세, 달러 약세)를 보였다. 수출 호조와 경기 회복세,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가 높아진 결과였다.
지난 25일에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약(弱)달러 선호' 발언의 영향으로 하루 만에 11원 넘게 하락(1070.2→1058.6)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强)달러 지지' 의사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국내 경기 상승세 등에 힘입어 당분간 원고(高)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장기적으론 약세 가능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상반기 한 번, 하반기 두 번 총 3차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고,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과 같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시중에 풀린 돈을 죄는 효과가 있어서 해당 통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여기에 한국은 가계부채 등의 문제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는 갈수록 원화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달러·엔화, 가치 낮을 때 사두자"
몇 개월 후에는 원·달러 환율 그래프가 다시 우상향(원화 약세, 달러 강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換)테크' 전략도 이를 고려하는 게 좋다. 물론 당분간은 원화가 강세인 현재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원화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통화들을 쌀 때 사두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은행, 증권사들이 여러 종류의 통화를 담을 수 있는 통합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사둘 만한 통화로 달러화를 비롯해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캐나다·호주달러 등을 추천한다. 오인아 씨티은행 반포센터 부지점장은 "환율은 변동성이 큰 만큼 보유 통화를 너무 다변화하지는 말고, 달러와 엔화 정도는 조금씩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엔화는 안전 자산이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저평가 상태일 때 사둘 만하다"고 말했다. 유로화는 충분히 고평가된 상태이기에 매수 시기가 지났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美우량채에 분산 투자 하는 ETF
달러를 들고만 있을 게 아니라 직접 미국 시장에 달러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국 주식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이 높아 부담스럽고, 금리 인상기에 채권에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만기가 4~5년 안쪽의 미국 우량 회사채, 신흥국 국영기업이나 우량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진곤 NH투자증권 강북센터 PB팀장은 "높은 쿠폰(채권 이자)을 원하면 10년 이상의 장기채에 투자해야 하는데 장기채는 금리 인상기에는 가격 하락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만기가 조금 더 짧은 우량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우량채에 직접 투자하려면 최소 10만~20만달러(약 1억~2억원)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일반인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대안으로 전 세계 우량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우선주'(preferred securities·미국에서는 '후순위채' 정도의 의미로 쓰임)에 골고루 분산 투자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아이셰어즈US프리퍼드스톡'(PFF), '파워셰어즈 프리퍼드 포트폴리오'(PGX)가 대표적이다. 두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주식을 거래하듯 쉽게 사고팔 수 있다. ETF 한 주당 20~40달러 정도여서 투자 부담이 크지 않다. 또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매달 이자가 지급된다. PFF와 PGX의 연 수익률(이자)은 각각 5.6%, 5.7%다. 예컨대 1만달러(약 1000만원)를 투자했다면 원천징수(15%)되는 금액을 빼고 40달러 정도를 매달 이자로 받을 수 있다. 김 팀장은 "PFF와 PGX는 가격 변동이 상당히 낮고, 고정 수익률이 연 5%대 후반에 달해 보수적 투자자가 정기예금을 대체할 만한 상품을 원할 때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ETF인 '파워셰어즈 시니어 론 포트폴리오'(BKLN), 달러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도 달러 강세 국면에 눈여겨볼 만한 상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