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29 01:51

[밀양 화재 참사]

화재 유독가스 피해 줄이려면…
대피로까지 연기 들어차 있으면 문틈 꼼꼼히 막고 구조 기다려야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38명 중 34명은 유독가스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제천 화재 사고 사망자 29명도 대부분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소방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 중 73%가 연기나 유독가스 흡입과 흡입 화상으로 숨졌다.

밀양 화재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응급실 천장의 스티로폼과 석고보드에서 많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제천 화재 때와 거의 유사한 천장 구조"라고 했다. 1층 응급실의 침대 매트리스와 이불·커튼도 가연성 물질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우리 주변에도 불에 타면서 유해 가스를 내뿜는 물질이 널려 있다. 전문가들은 커튼과 카펫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벽에 바르는 시트지나 소파·매트리스·쿠션 안에 넣는 스티로폼 충전재도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 전선을 감싸는 피복이나 비닐·고무·플라스틱 그릇도 마찬가지다. 김수영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 연구관은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 플라스틱 제품은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고 했다.

연기가 많을 때 대응 요령
유독가스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선 방염 처리를 해야 한다. 소방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이나 업무 시설, 생활 시설 등에서는 커튼, 카펫과 벽지 등 실내 장식물에 방염 처리를 해야 한다. 특히 다중 이용 업소의 실내 장식물은 불에 타지 않는 불연 재료를 쓰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제품까지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안전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는 인증 기준을 도입해 불연성·난연성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생활 속에서 가연성이 낮거나 불연 재료로 이뤄진 제품을 사용하면 좋다"면서 "예를 들어 전선을 구매할 때 '난연 케이블'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 안전을 강화한 제품도 시장에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검은 연기가 들어찰 때 침착하게 대피하려면 미리 대응 요령을 숙지해둬야 한다. 유독가스를 흡입하면 1~3분 내에 의식이 흐려진다. 산(酸) 계열의 유독가스는 한 모금만 마셔도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피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젖은 천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한다. 또한 연기는 위로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낮춰 대피한다. 대피할 때는 문을 닫아서 불길이나 연기가 퍼지지 않도록 한다.

이미 대피로까지 연기가 들어차 있는 상태면 문을 닫고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젖은 수건으로 문틈을 꼼꼼히 막아야 한다.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방향으로 창문을 열고 눈에 띄는 색깔의 천을 흔들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소방 관계자는 "방독면이나 입을 막을 수건을 주변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