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0곳 중 8곳에서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비리가 적발된 공공기관 가운데 8개 기관장은 즉시 해임된다.
정부는 29일 기획재정부 등 18개 관계부처 공동으로 채용 비리 사례와 연루기관 명단을 공개했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1190개 전체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를 특별 점검한 결과다.
◇적발 197명 중 42명 수사 의뢰
정부가 공공기관 119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그 80%인 946개에서 4788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정부는 이 가운데 사안이 심각한 364건에 대해서는 문책 등 징계를 내리고, 그중 109건을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관련 기관은 서울대병원,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다.
징계 대상에 포함된 현직 비리 연루자는 19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2명이 수사 의뢰됐고, 나머지는 문책 등 내부 징계 대상에 올랐다. 수사 의뢰된 42명 중 8명이 기관장이다. 정부는 "비리에 연루된 8명의 기관장을 즉시 해임하고, 직원들은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수사 결과 검찰에 기소되는 직원은 바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백태
공공기관들은 교묘한 방식으로 청탁받은 사람들을 뽑아줬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선발 인원을 바꾸거나(수출입은행·강원대병원·서울대병원 등),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채용 기준을 변경해(경제인문사회연구회·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합격시켰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합격시키기 위해 자격심사나 필기시험을 면제하고(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 제출서류를 조작해 서류 전형을 통과시킨 사례(근로복지공단·한식진흥원)도 있었다.
기관장이 직접 면접에 들어가거나 면접위원을 선정해 특정인을 합격시키는가 하면(국민체육진흥공단·항공안전기술원 등), 남들 눈을 의식해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준 기관(국립중앙의료원·정부법무공단 등)도 있었다.
아예 모든 절차를 무시한 기관도 있었다. 워터웨이플러스·한국건설관리공사 등은 채용 절차나 공고 없이 특정인을 뽑았고, 한국원자력의학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은 특정인이 입사 시험에서 떨어지자 인사위원회 등을 열어 다시 합격시켰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인사부서를 제쳐두고 일선 부서를 통해 고위 인사의 지인을 특채했다.
◇부정 합격자 퇴출… 피해자 구제
채용 비리로 합격한 사람 가운데 아직 공공기관에 다니는 부정 합격자는 5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퇴출을 원칙으로 한다. 본인이 검찰에 기소되면 즉시 퇴출하고, 본인 채용에 관련된 직원이 기소되면 업무에서 뺀 다음에 일정 절차를 거쳐 내보낸다.
부정 합격자 때문에 탈락한 피해자들은 특정할 수 있는 경우 구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탈락자 명단 등으로 확인 가능한 경우엔 뒤늦었지만 합격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탈락자 명단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경우는 구제하기 어렵다. 또 현재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어 재채용 방식으로 구제받기 힘든 경우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정부는 각 공공기관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비리 연루자들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채용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앞으로 비리에 연루된 임원이 또 적발되면 그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비리 직원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앞으로 공공기관 채용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비리 연루자는 즉시 퇴출하도록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정 합격자는 향후 5년간 공공기관 응시를 제한하고, 청탁자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채용 과정 전반에 감사인을 입회시키고, 그 과정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