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2월 9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 안팎에서는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이 회장의 눈물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됐던 2011년 7월 7일 0시 18분(한국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평창'이 발표되는 순간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기뻐하며 서로 포옹할 때, 이 회장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정 변화가 잘 읽히지 않는 무뚝뚝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회장이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합니다.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구 5바퀴를 돌았습니다. 2009년 말 사면(赦免)받은 뒤 1년 반 동안 총 10차례, 170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녔다.
그러나 최근 삼성그룹에서는 평창 열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음 달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누가 갈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창올림픽 유치 주역인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신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고, 다음 달 5일 2심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특검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모두 뇌물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올림픽의 메인 스폰서이지만 홍보에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가 가장 클 것"이라며 "삼성 오너가(家) 입장에서 이제 스포츠라면 꼴도 보기 싫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삼성 입장에서 2월은 '운명의 달'입니다. 다음 달 5일 이 부회장이 무죄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지 않으면 17일 구속 1년을 맞게 됩니다. 삼성그룹의 오너 부재 사태가 장기화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죠. 또 28일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계열사 각자 경영체제에 대한 중간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