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명재상으로 유명한 황희 정승에게 B와 다툰 A가 와서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니 그는 "자네 말이 옳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격분한 B가 찾아가서 자신이 옳음을 이야기하니 "자네 말이 옳다"고 똑같이 말한다. 이를 보고 있던 부인이 옳고 그름이 없이 둘 다 옳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말하자 고개를 끄떡이면서 "자네 말도 옳네"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황희 정승의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 ‘중용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이야기인데 대부분 사람은 그것을 간과하고 그냥 웃고 넘기는 것 같다. ‘중용의 삶’을 두고 공자도 자고로 아는 이는 많으나, 이를 실천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셨다. 그런 삶을 사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참 재미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나누고, 잘못된 것은 버리고 올바른 것만 선택해서 사는 것이 절대적으로 바른 것으로 믿고 이를 실천해 왔기 때문이리라. 삶 속에서 수평적인 사고보다는 수직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을 맞아 일가친척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여 저마다 한마디씩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는 ‘중용의 삶’을 생각하며 듣고 있었지만, 아내는 손님들 앞에서는 나와 같이 행동했으나 가고 나서 나와 이야기 할 때는 좀 생각이 달랐다. 수평적인 사고와 삶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잘사는 선진국일수록 수평적인 사고로 ‘중용의 삶’을 사는 것 같다. 현재 유럽 제국이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기인이 나와 이 말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역대 미국의 정치 행적을 놓고 보면 공감이 갈 것이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은 보수와 진보의 정책을 놓고 대립하지만, 이를 조화시켜 나가는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기인이 대통령이 되어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조화와 균형을 통해서 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현실은 어떤가? 진보와 보수가 대립각을 세우고 원수처럼 살아가고 있다. 정권을 잡으면 적폐 운운하면서 상대의 과거 허물을 잡아내기 위한 노력으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세계정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그 예 중 하나가 미국이 조치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이다. 우리보다 흑자 폭이 3배나 큰 일본도 그 대상이 아닌데 왜 우리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현 행정당국은 무어라 해명을 좀 해주길 고대해 본다. 나와 같은 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집안싸움 그만하고 대외 정책 수립과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기업가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정치를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중용의 정치가 이루어져 국민이 선택한 현 정부가 국민을 하나로 뭉쳐 기대에 일치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용의 정치란 잘못된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아니다. 중용의 정치는 잘못된 공약이라면 이를 인정하고 바로 잡아서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를 중단하는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해서는 안 되고, 엉터리 전력수요 진단으로 기업이 전력사용을 못 하게 하는 그런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수직적인 사고보다는 수평적인 사고를 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하나 되어 중용의 정치를 하고 그 국민들이 중용의 삶을 살아갈 때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