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용돈 빌려줄까?" 대부업체의 유혹

"친구들과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가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용돈과 아르바이트비를 날려서 돈이 필요합니다" "해외여행을 가는데, 여유롭게 다니고 싶어서 추가 자금을 구하고 있어요" ….

일반인(투자자)에게 돈을 모아서 급전(急錢)이 필요한 대학생에게 대출해주는 어느 P2P(개인 간 거래) 연계 대부업체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이 업체는 대출 신청자의 학점, 자격증, 기존 대출 내용, 수입 등을 심사해 투자자에게 돈을 모을 기회를 준다. 학생들은 돈이 필요한 이유와 상환 계획을 써서 투자자(채권자)를 설득한다.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빌리려는 돈이 '긴급 생활 자금' 성격보다는 여행 등 생계와 무관한 일에 쓰려는 것이 많다. 대학생 조모(27)씨는 "여자 친구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10만원을 대학생 대부업체에서 빌린 적이 있다"며 "이자는 연 20% 정도로 비싼 편이었지만, 얼마 뒤 아르바이트 급여가 들어올 예정이어서 괜찮아 보였다"고 말했다.

◇대학생 소액 대출 성행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액 대출 전문 대부업이 성행하고 있다. 대부업체가 대학생에게 빌려주는 돈은 보통 100만원 미만이다.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회원 가입만 하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엄연히 대부업체이지만 겉으로는 '용돈 플랫폼' '지갑 공유 플랫폼' 같은 표현을 써서 학생들의 경계감을 누그러뜨린다. 이용자들은 간편 소액 대출에 대해 "급전이 필요할 때 구세주 같은 서비스"라고 말하지만, 돈 빌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문화가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부업체 중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다니는 학교 정도만 입력하면 대출 승인이 나는 곳도 있다. 신용 등급도 확인하지 않는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아르바이트로 갚을 수 있는 수준인 최대 50만원까지만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 심사를 꼼꼼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오해할 만한 방식으로 영업하기도 한다. 다수 업체가 대출 만기를 최장 40~50일 정도로 짧게 설정하면서, 이자를 1~2주 기준으로 표기한다. 이자가 1~2% 정도로 표기돼 있지만, 연간 이자율로 계산하면 20%가 넘는 고금리다. 일부 업체는 "신용 조회, 대출 이력이 남지 않는다"고 홍보하지만, 이 부분도 잘 따져봐야 한다. 대부업체 중 규모가 작은 곳은 금융 당국이 아닌 구청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 이런 곳은 지자체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대출자 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이나 신용평가사에 넘길 의무가 없다. 대학생 대상 대부업체도 대부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P2P 연계 대부업체는 3월부터는 금융 당국 관리를 받기 때문에 신용 조회, 대출 이력이 남는다.

◇"쉽게 돈 빌리게끔 부추기는 건 문제"

대부업체와 이용자들은 "대학생이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거나 "적은 돈이기 때문에 연체 가능성이 낮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긴급 생활 자금이라면 대학생은 한국장학재단이나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저리(低利) 정책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대학생이 늘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체를 이용한 20대의 연체 금액은 466억원으로 2014년 한 해(308억원)보다 51.3%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2%포인트가량 증가했다(3.9→5.8%).

대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금융회사 대출에 더해 소액 간편 대출을 여러 곳에서 받았다가 "빚의 늪에 빠졌다"는 대학생들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용돈 대출'이라는 표현을 쓰며 장사하는 대부업체들은 가진 만큼의 합리적 지출 대신 쉽게 대출받아 소비하도록 학생들을 자극한다"며 "빚내는 데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