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인플레이션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신호 잇따라 내보내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급등…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 전망도
지난주 초만 해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며 2600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지수가 5일 1.3% 하락한 2491에 마감하면서 증시가 급랭했다. 코스닥지수는 5% 가까이 폭락하면서 '공포 장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이날 2.6% 하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 상승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미국 금리의 급등세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년 만의 최고치인 연 2.84%를 기록했다.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 기업 부채 부담이 늘어나고, 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증시에선 악재(惡材)로 받아들이게 된다. 글로벌 증시의 리더인 미국 증시도 2일엔 다우지수가 665.75포인트(2.54%)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9년 2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큰 것이다.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금리는 왜 급등하나
2~3주 전만 해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지선인 2.7% 선을 뚫을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2.7% 선을 넘어서더니 지난 2일에는 2.8%대까지 올랐다. 이제는 3%대 진입도 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지난 30년간 이어진 '채권 강세장'(채권 가격 상승, 채권 금리 하락)이 저무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장기 채권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새로운 '경제 대통령' 임기 시작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임 의장이 3일(현지 시각)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미 연준 의장은 글로벌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연준 이사를 지낸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천천히 올리는 것을 선호하는‘비둘기파’이나,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2일 미국 금리가 급등한 것은 이날 발표된 미국의 1월 고용 지표 중 임금이 전년 대비 2.9% 올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임금 상승은 장기적으로 물가에 반영돼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여기에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최근 상승 추세다.
이미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이 3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면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게 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채권 투자자들은 채권을 팔고 시장을 떠난다. 증시도 금리 급등이 기업 이익엔 악재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발 물가 상승 리스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 연준 의장이 옐런에서 파월로 교체되는 과도기라서 금융시장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산 시장 가격 조정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에서 촉발된 글로벌 주식, 채권 등 자산 가격의 조정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2일 CNBC 방송에서 "미국 증시 급락은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미국 주가가 10%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리치 바이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증시 폭락은) 잠재적으로 8년간 강세 랠리의 종결 신호"라며 "채권 시장도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는 지난주 50%나 올라 미국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금리 상승은 미국의 3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선(先)반영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실제 금리가 오르면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채권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IMF(국제통화기금)이 1월 발간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눈에 보이면 투자 심리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