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64세 액션배우… 매번 다른 연기하고 싶다

평생 너무 많이 다쳐 이젠 보험도 살 수 없다는 64세 배우는 여전히 "촬영장에서 구르고 뛸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더 포리너'에 출연하는 성룡(成龍)이다. 40년 넘게 그는 '살아 있는 전설'로 불렸다.

1973년 이소룡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홍콩 영화계는 한동안 공황 상태였다. 어설픈 가짜 액션 영화만이 판쳤다. 작은 용(小龍)이 사라지고 5년 뒤 어른 용(成龍)이 나타났다.

그해 24세이던 성룡은 감독 원화평(袁和平)과 코미디 무협 영화 '사형도수'와 '취권'을 내놓으며 새로운 액션 스타로 떠올랐다. 홍콩 영화를 세계에 알린 뒤 미국에 진출해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지금까지 찍은 영화만 140편이 넘는다. 2013년 '가장 많은 스턴트 연기를 소화한 배우'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성룡은 그러나 만족을 몰랐다. 최근 이메일로 만난 그는 "매번 다른 연기를 하고 싶고 매번 새롭고 싶다. 액션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지, 연기할 줄 아는 싸움꾼으로 남고 싶진 않다"고 했다.

'더 포리너'는 그의 이런 연기 욕심을 꾹꾹 눌러 담은 영화다. 영국 런던에 사는 콴(성룡)은 차량 폭발 사고로 딸을 눈앞에서 잃는다. 사고가 아일랜드 테러 조직과 관련돼 있음을 알고 콴은 고위 정부 관료 헤네시(피어스 브로스넌)를 찾아간다. 영화에서 성룡은 늙고 어깨 굽은 쓸쓸한 남자를 연기하지만, 수천 개 퍼즐을 단번에 짜 맞추듯 빠르고 정확한 액션 연기만큼은 그대로 보여준다. 성룡은 "오래 일했던 스턴트 팀과 동작 하나하나를 준비했고 마틴 캠벨 감독과 상의를 거쳐 액션을 다듬었다"면서 "드물게 대역을 쓰긴 하지만 여전히 액션 장면 90%는 내가 직접 찍는다"고 했다. 64세인데 괜찮으냐는 질문엔 "아직 거뜬해요!"라고도 했다.

'용형호제'를 찍을 때 스턴트 실수로 두개골이 함몰되기도 했다. 열 손가락 어느 하나 부러지지 않았던 것이 없다. 수술하고 깨어났을 때 홍콩 배우 알란 탐이 그에게 조용필 노래 '친구여'를 휘파람으로 들려준 적도 있다. 성룡은 "사는 게 참 녹록지 않았지만 오랜 훈련과 연습을 통해 견뎌내는 법을 배웠다. 긴 세월 그 고비를 버티고 넘겨온 동료가 있어서 행복하다. 앞으론 이들과 학교도 세우고 젊은 후배 키우는 일에 더 힘 쏟고 싶다"고 했다.

완벽한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17년 전 재산 4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을 바꿔 논란을 빚었고, 숨겨 놓은 딸과 갈등 빚는 얘기는 요즘도 종종 보도된다. 성룡의 대답은 그러나 알란 탐의 휘파람처럼 경쾌했다.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이들도 많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인생은 짧거든요. 그러니 즐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