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글로벌 증시의 장기 활황에 따른 조정 장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좋아서 (조정 차원에서) 주가가 빠진 것이기 때문에 단기 조정을 거친 뒤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오른 1091.5원에 마감하며, 달러화 강세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75%로 전날(2.80%)보다 떨어지며,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인플레 우려가 주가 폭락 촉발
미국의 주가 폭락은 경기회복세가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근로자 임금이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지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릴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전망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다. 지난 2일 미 국채(10년 만기) 금리가 4년 만에 최고치인 2.84%로 뛰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부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증시에선 악재(惡材)이다. 같은 날 다우존스 지수는 2.54% 급락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증시를 빠져나간 돈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은 다시 떨어지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 빨라진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최근 미국 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금리가 4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는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이 6곳으로 조사돼 한 달 전보다 2곳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벌어지고, 외국인 투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한은이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면 1400조원대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 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들이 빚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채무자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에 면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거 달러가 약세를 보이다가 한꺼번에 올라갈 때 금융 위기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