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07 03:11

[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
美다우지수 폭락 충격파… 코스피, 이틀만에 46조원 증발

美 근로자 임금 2.9% 오르면서 인플레·빠른 금리 인상 확실시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 쏠려…
韓·美 금리역전 상황 벌어지면 단기적으로 자본유출 사태 우려

미국 주가 폭락의 여파로 6일 세계 주요국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반면 채권 가격은 뛰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주식에 몰렸던 돈이 안전 자산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流動性)을 쏟아부었던 미국 등 주요국들이 최근 금리를 높여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0년 가까이 '돈 풍년' 속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을 만끽해 왔던 세계경제가 긴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단 증세로 발작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코스피 이틀 만에 46조원 증발

지난 5일(현지 시각)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4.6% (1175p) 폭락했다.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로 기록됐다.

미국발 주가 폭락 쇼크는 글로벌 증시로 빠르게 전이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는 하루 전에 비해 1.54%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5일에도 전일 대비 1.33% 떨어졌다. 이렇게 이틀 만에 사라진 시가총액이 46조1100억여원에 이른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 하락 폭은 훨씬 컸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4.73%, 3.35%씩 급락했다. 이종우 IB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장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1분기 안에 반등은 어렵고 연말까지 의미 있는 상승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주요 주가지수 추이 그래프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식 중개인들이 폭락한 주가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반면 글로벌 증시의 장기 활황에 따른 조정 장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좋아서 (조정 차원에서) 주가가 빠진 것이기 때문에 단기 조정을 거친 뒤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오른 1091.5원에 마감하며, 달러화 강세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75%로 전날(2.80%)보다 떨어지며,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인플레 우려가 주가 폭락 촉발

미국의 주가 폭락은 경기회복세가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근로자 임금이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지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올릴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전망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다. 지난 2일 미 국채(10년 만기) 금리가 4년 만에 최고치인 2.84%로 뛰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부채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증시에선 악재(惡材)이다. 같은 날 다우존스 지수는 2.54% 급락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증시를 빠져나간 돈이 안전 자산인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은 다시 떨어지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 빨라진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최근 미국 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금리가 4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는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이 6곳으로 조사돼 한 달 전보다 2곳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벌어지고, 외국인 투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한은이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면 1400조원대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원리금 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들이 빚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채무자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에 면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거 달러가 약세를 보이다가 한꺼번에 올라갈 때 금융 위기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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