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80원으로 암 보장… '미니 보험' 몰려온다

스키가 취미인 직장인 김모(35)씨는 최근 2000원대 가격으로 가입할 수 있는 '스키 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달 2일 현대해상이 모바일 보험 판매 플랫폼인 '아이올'과 함께 출시한 스키보험이었다. 단돈 2300원에 사흘간 스키를 타다 발생할 수 있는 사망 및 골절 사고, 배상 책임 등을 집중 보장해주는 상품이었다. 김씨는 "기존의 스키 보험료가 1만원대인 걸 생각하면 그 4분의 1도 안 된다"며 "나 같은 '짠테크(짠돌이+재테크)족(族)'이 환영할 만한 상품"이라고 했다.

최근 100원대부터 5000원 안팎의 실속형 '미니 보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보험료 월 180원인 암보험, 월 1500원 수준의 운전자 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미니 보험들은 특정 질병이나 위험에만 한정해 보장내용을 단순화하고, 꼭 필요한 보장항목 외의 부가적인 보장들을 제외해 보험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패키지로 묶여 있던 부가적인 보장들을 뺀 미니 보험들이 나오면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월 1500원 운전자보험 홍보 없이도 300건 팔려

현재 미니 보험들은 주로 중소형 보험사, 인터넷 보험사를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보험료로 주목받는 '미니 보험'은 지난달 22일 출시된 처브라이프생명의 'Chubb 오직 유방암만 생각하는 보험(무배당)'이다. 온라인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이 보험은 암 질환 가운데 유방암만 보장해준다. 보험료는 20세 여성 기준 월 180원, 30세 여성 기준 월 630원에 불과하다. 유방암 진단 시 500만원, 절제 수술 시 수술비 500만원을 지급한다.

보험료가 월 1500원대 수준인 운전자보험은 출시 한 달여 만에 별도의 홍보 활동 없이도 300여 건이 팔렸다. MG손해보험이 작년 말 보험 판매 플랫폼 '인바이유'와 함께 내놓은 운전자 보험이다. 이 보험은 연간 보험료가 1만8450원으로 20~60세 자가용 운전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기존 운전자보험 보험료가 월평균 1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15% 수준으로 보험료를 낮춘 것이다.

MG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례가 비교적 적은 자동차사고 성형 수술비, 자동차사고 화상 진단비 등 부가적인 특약들을 제외해 가격을 내렸다"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 가입해야 하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보험료가 2300원인 현대해상의 '아이올 모바일 스키 보험' 역시 지난달 초 출시 이후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기존 스키보험 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스키용품 손해에 대한 보장을 제외하고, 스키 중 발생할 수 있는 장해 및 골절 담보에 집중해 가격을 낮췄다.

입원비와 수술비를 따로 떼어내 보장하는 저렴한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입원비, 수술비 보장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지만 대부분 주계약에 더해 갱신형 특약 형태로 부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무)e입원비보험'과 '(무)e수술비보험'은 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형으로, 80세 만기 20년 납입을 선택할 경우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월 7000원 이하의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무)건강e제일 입원보험'과 '(무)건강e제일 수술보험' '(무)건강e제일 상해보험'도 40세 기준 여성은 2800~5100원, 남성은 3700~4900원의 월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수익성은 낮아 마케팅 수단 측면 커"

소비자들은 '커피 한 잔 값'보다도 저렴한 미니 보험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험업계에선 회의적이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의 측면이 클 뿐, 몇 백원 보험료를 받아서 실제 수익이 나겠는가"라는 반응이다. 미니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손해는 보지 않는 수준이지만 수익성보다는 고객 확대에 방점을 찍은 상품인 것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미니보험 같은 '소액 간단 보험'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 향후 미니보험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약 형태로 보장되던 항목들을 따로 떼어 구조가 단순한 단종 보험 형태로 출시되도록 하고,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더욱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