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자산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인프라 투자가 그에 적격이지요."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브렛 힘버리(Brett Himbury) 호주 IFM인베스터스 CEO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진국 중심의 인프라 투자로 물가상승률 더하기 4~6% 수익률을 꾸준히 거두고 있다"며 "최근 유럽·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노후 인프라 보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호주 27개 연·기금 회원사가 소유하고 있는 IFM인베스터스는 세계 3위 규모의 인프라 자산운용사다. 16국 262개 기관투자자로부터 980억 호주달러(약 84조원)어치 자산을 위탁받아 글로벌 인프라 채권·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 "안정성이 중요한 기관투자자 위한 자산"
IFM인베스터스는 작년 11월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힘버리 CEO는 "한국의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우리 기존 고객들과 비슷하게 고민하며 투자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고 한국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기관투자자들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나중에 고객에게 지불해야 할 채무(연금·보험금 등)는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장기 자산을 찾는 것은 어려워진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 진출 후 IFM인베스터스는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선진국 우량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결성했다. 국가 신용등급 A- 이상인 북미·유럽·호주 등 선진국 중에서도 민관협력사업, 신재생에너지, 유틸리티(수도·전기·가스) 등 정부 보조금을 받아 위험성이 낮은 분야에 투자한다. 국내 기관투자자 4곳이 총 4억8000만달러(521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힘버리 CEO는 "IFM인베스터스는 호주 연·기금 회원사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독특한 지배구조 덕분에 투자자와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한국 기관투자자들도 이 같은 점을 이해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국 노후 인프라 개선 시기 다가와"
IFM인베스터스가 위험성이 낮은 선진국 인프라에 주로 투자하는 이유는 주요 고객이 기관투자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연·기금은 고객들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만큼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자산에는 투자하기를 꺼린다. 힘버리 CEO는 "우리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물가상승률 더하기 4~6% 정도"라며 "지난 20년간 선진국 중심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늘 고객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둬왔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인프라 투자도 주시하고 있지만, 통계적으로 OECD 회원국 등 선진국 시장의 위험 대비 수익률이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힘버리 CEO가 내다보는 올해 글로벌 인프라 시장 전망은 밝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던 인프라 투자가 최근 전 세계 경기 회복과 함께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최소 1조5000억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연두교서에서 발표했다. 힘버리 CEO는 "선진국들의 노후 인프라 개선 주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유럽 인프라 시장이 유망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인프라 시장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