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장 신설을 계기로 허진수 회장이 주도하는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그동안 석유화학 부문이 있기는 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비중이 낮았다. 작년에 여수에 차세대 바이오 연료인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시범 공장을 짓기 시작했지만, 투자 규모는 500억원이었다. 허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변화하는 사업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업계, 비정유 부문 사업 확대
정유회사가 비정유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뽑아내는 정유 사업만으로는 큰 이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유 사업은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 직격탄을 맞는다.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적자 쇼크'를 겪었다. 이후 정유사들은 석유화학·윤활유 등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은 중국·인도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어 성장세가 빠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조23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의 영업이익(2조705억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2016년(46.2%)보다 커졌다. 정유사가 비정유 사업에서 2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반면 정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3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원유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약보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비정유 부문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비정유 부문은 매출 비중이 전체의 21.4%에 불과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린 결과 전체 영업이익의 52.6%를 차지했다. 에쓰오일은 2016년 5월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 설비를 오는 4월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도 해마다 비정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 다국적 석유 기업 셸과 합작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윤활기유 사업이 시동을 걸었다. 2016년 11월에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의 충남 대산 혼합 자일렌 공장이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비정유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23.7%에서 지난해 43%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