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12 01:21

[황금개띠해 설 나들이 특집… 전국 7개 민속마을로 떠나자]

하동 최참판댁 '토지'무대 복원
경주 양동마을 500년 된 양반촌
순천 낙안읍성 초가집 정취 느껴
전주 한옥마을 600채 가옥 가득
순창 고추장마을엔 장류박물관
아산 외암민속마을 '李氏 집성촌'
제주민속촌선 토속 생활상 맛봐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2001년 경남 하동에 복원된 '최참판 댁'을 둘러보고 "30년이 지난 뒤에 작품의 현장에서 나는 비로소 '토지'를 실감했다"고 했다. 25년간 200자 원고지 4만장에 600명의 인물을 숨 쉬게 했던 대작가를 사로잡은 마을에 지난해 33만명이 다녀갔다. 추억과 고향의 내음이 살아있는 곳, 설 연휴를 맞아 찾아가볼 만한 전국의 민속 마을 7곳을 소개한다.

◇'토지' 최참판 댁에선 소원 성취 기원

"새해 소원 빌어봐. 여기선 다 들어줄 것 같다." 지난 4일 오후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 댁의 솟을대문에서 대전에서 온 김모(43)씨와 두 딸이 소원을 빌었다. 김씨는 "야트막한 담장 너머 펼쳐져 있는 들판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이 재현한 최참판 댁은 한옥 14채와 주막, 초가집 등 53채로 이뤄졌다. 평사리들 뒤로 지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하동군은 설 당일인 16일 '소망 기원문 쓰기'를 마련했다. 방문객이 A4용지 절반 크기의 한지에 소원을 적어 새끼줄에 매달아 두면 다음 달 2일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에서 대신 태우고 소원 성취를 기원해준다.

경북 경주 도심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양동마을은 500년 역사를 가진 대표적 반촌(班村)이다. 기와집 160여채와 초가 주위로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종가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마을에 있는 관가정·수운정 등 10개의 정자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유교 문화와 관습 등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가족 여행지로 적합하다.

◇순천 낙안읍성엔 소박한 초가삼간

전남 순천 낙안읍성 민속 마을에서 이젠 사라지고 없는 것들과 만난다. 초가집 사이 구불구불 나 있는 고샅이며 솟대와 장승, 물레방아, 흙담이 정겹다. 초가삼간의 소박한 툇마루며 추녀 밑 장작, 사립문은 아파트 콘크리트 집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1983년 문화재로 지정된 낙안읍성에선 주민 200여명이 방 세 칸짜리 삼간초옥에서 거주한다. 남문과 서문 중간 언덕 성곽에서 바라보면 초가 218채가 어깨동무하듯 모여 있다. 기와가 얹힌 집은 객사와 동헌 등 마을 북쪽 관아뿐이다. 설 연휴 객사 무대에서 농악·판소리·한국무용 공연이 열린다. 대금 연주 감상, 판화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길이 1.4㎞ 성벽 산책은 필수 코스. 초가 민박도 인기다. 설 연휴 한복 착용 시 무료입장.

7개 민속마을
국내 최대 규모 민속 마을인 전북 전주 한옥마을은 30만㎡에 전통 한옥 600채가 있다. 지난해 1000만명이 다녀갔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국보 317호)이 있는 경기전(慶基殿·사적 제339호)이 대표 관광지다. 전주 한옥마을 15개 문화 시설에선 명절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전통 술박물관에선 유생들이 학덕과 연륜이 높은 사람을 주빈(主賓)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는 향음주례(鄕飮酒禮)를 배울 수 있다.

전북 순창 전통 고추장마을은 장 담그는 명인 30여명이 전통 장 문화를 지켜가고 있다. 마을 홍보관에서는 장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장류를 테마로 조성한 순창장류박물관은 장류 관련 유물 9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발효 소스 토굴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디어아트 체험이 가능하고, 순창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발효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제주민속촌에서 "새해 복 하영 받읍써"

7개 민속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은 500년의 역사가 흐르는 예안(禮安) 이씨(李氏) 집성촌이다. 초가집과 기와집 65채가 뒤섞여 다양한 계층이 살았던 전통 마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을 전체가 국가 중요 민속자료 236호로 지정돼 있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조선시대 마을이 나타난다. 우암 송시열의 여덟 제자인 강문팔학사 중 한 명인 외암 이간(1677~1727)이 태어나고 자란 건재 고택이 마을 중심에 있다. 초가집 50여채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55가구 135명 주민이 실제 거주한다. 일부 고택에서는 7만원(4인 1박 기준)에 숙박이 가능하다. 한지 부채·손거울 만들기, 자연 염색 등 체험 프로그램과 외줄타기, 투호던지기 등 민속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새해 복(福) 하영(많이의 제주 사투리) 받읍써'. 1890년대 제주 전통 마을을 재현한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민속촌은 15만 ㎡ 부지에 산촌, 중산간촌, 어촌 마을이 들어서 있다. 관아와 서당, 목축인의 집, 해녀의 집 등 100채의 가옥을 포함해 돗통시(돼지우리 화장실) 등 옛 제주도 주민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설날을 맞아 15~18일 민속촌 관아 행사장에서 민속 놀이기구 만들기, 떡메치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연휴 기간 한복이나 개량 한복을 입고 입장하면 입장료를 50%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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