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국기 입장못한 안타까움… 동영상 퍼나르며 "눈물난다" "갓독일" "독일車 한대씩 사자"
北예술단 공연반대 태극기 집회 어제 종로행진, 공연장 인근 몰려 환영 집회선 한반도기 흔들어
평창 동계올림픽 독일 선수단이 화제다. 자국 국기와 함께 태극기를 흔드는 독일 선수단의 개회식 입장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독일 선수들이 우리나라 선수 대신 태극기를 들어줬다" "외국인이 든 태극기를 보니 눈물 난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개최국이면서 자국 국기를 들고 입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독일 선수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극기 흔든 독일 선수단에 열광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독일은 총 92개국 중 9번째로 입장했다. 156명 독일 선수단 중 일부가 손바닥만 한 크기의 독일 국기와 함께 태극기를 좌우로 흔들며 걸어나오는 것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한 독일 선수는 다른 선수의 어깨에 올라타고 왼손에는 태극기, 오른손에는 독일 국기를 들었다. 독일처럼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가나와 리투아니아 선수단 중에서도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이 있었다. 반면 공동 입장한 남북 선수단은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나왔다. 가슴에도 한반도기만 달았다.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독일 선수단의 일부 선수가 독일 국기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이후 태극기를 흔드는 독일 국기 모형의 캐릭터 그림이 인터넷에 등장했다(아래 왼쪽 작은 사진). /연합뉴스·트위터 캡처
개회식을 시청한 조성욱(28)씨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지 못하고 입장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외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들어와 줘서 반갑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 등에는 "독일은 분단의 경험이 있어 우리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것 같다" "독일산 자동차를 한 대씩 사자"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드는 독일 국기 모형의 캐릭터 그림 등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태극기를 든 독일 선수단과 한반도기를 든 남북 선수단, 또는 인공기를 흔드는 북한 응원단 사진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또 독일 선수단 입장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퍼 나른다. 신(神)을 뜻하는 '갓(God)'을 붙여 '갓독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독일 선수들이 태극기를 든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전 올림픽에서도 개최국 국기를 다른 나라 선수단이 흔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태극기를 못 든 한국 선수단 대신 독일이 들어줬다"고 하는 것이다.
'독일 선수단 태극기'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은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뒷전으로 밀린 듯한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선수단 입장에 앞서 한국 스포츠 영웅 8인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고, 오륜기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됐다. 하지만 관심은 한반도기에 더 쏠렸다. 성화대 옆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외신도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하는 장면을 집중 보도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최국이면서도 자국 국기를 마음대로 못 드는 상황이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는 젊은 층이 많다"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처럼 북한에 너무 많이 양보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한반도기 흔들며 찬반 시위
올림픽 기간 태극기와 한반도기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수단이 되고 있다. 11일 북한 예술단 공연을 반대하는 이들의 집회가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다. 보수 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종로4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북한 예술단 공연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평양 올림픽 반대한다' 등의 구호가 나왔다. 시위 참가자들은 한반도기를 가위로 잘랐다. 또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공연장인 국립극장 인근 반얀트리 호텔 출입구와 동대입구역 출구 인근에서 공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오후 7시쯤 동대입구역 일대를 가득 채웠다.
북한 예술단 공연을 환영하는 집회도 오후 5시 서울 장충체육관 근처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는 '북과 남 남과 북 통일의 봄으로' '만남이 통일이다 우리는 하나'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1시간여 만에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