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0 03:15 | 수정 : 2018.02.20 03:50

男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위… 모태범 후 8년만에 단거리 메달

2010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모태범 이후 명맥이 끊긴 줄 알았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에 차세대 스타가 탄생했다.

차민규(25)는 19일 열린 평창올림픽 남자 500m(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34초42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올 시즌 남자 500m 월드컵 랭킹 17위인 그가 첫 출전 올림픽 무대에서 반전 드라마를 이뤄낸 것이다. 전체 18조 가운데 14조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차민규는 초반 100m가 늦은 편(9초63·전체 9위)이었지만 완벽한 코너링으로 후반에 기록을 단축했다. 올림픽 타이기록이었기에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금메달은 16조에서 차민규보다 0.01초 빠른 기록을 세운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34초41)에게 돌아갔다.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쳐 아쉬울 법도 했지만 그는 밝고 유쾌한 표정이었다. 그는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상대 선수들이 실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이어 "1등이 바뀌고 나서 아쉽기도 했지만, 내 목표는 순위권이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했다.

깜짝 메달인 만큼 그에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차민규는 계속 재치 있는 답변을 이어갔다. '차민규에게 0.01초란?' 질문엔 "(나의) 짧은 다리"라고 했다. 그의 신장은 179㎝로 작은 편이 아니지만 농담으로 아쉬움을 달랜 것이다. '아까워서 다시 한 번 경기 해보고 싶지 않으냐'고 묻자 "저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시 타면 더 잘 탈 수 있다"고 했다. 다음 목표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에도 꾸밈이 없었다. 그는 "오직 평창이 목표였는데 오늘 끝나서, 아직 다음은 정하지 못했다"며 "나는 알람을 그때그때 설정해 놓다 보니 좀 많은 편인데, 오늘은 다 끄고 푹 자겠다"고 했다.

2014 소치올림픽 당시 발목 인대 파열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지 못했던 그는 평창에서 완벽한 올림픽 데뷔전을 펼쳤다. 그는 "병원에서 TV로 소치올림픽을 보면서 진로를 바꿔야 할지 고민도 했지만 평창을 생각하며 재활에 집중했고 소치 때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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