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0 15:02

빠져나가는 근육 지키려면 단백질 소화 흡수가 중요
소화력 떨어진 중·노년층, 발효 콩 섭취시 체내 흡수력 증가
근육 합성 촉진 영양소 '류신' 발효 후 일반 콩보다 32.5배 높아

여러가지 콩사진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순상(가명·64)씨는 최근 여러 번 길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돌부리 하나 없는 평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다행히 골절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멍이 들고 욱신거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가 지적한 문제는 근육량 감소였다. 의사는 "하체 힘이 약해졌으니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개선해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잘 넘어지지 않고, 넘어져도 근육이 완충 작용을 해 뼈가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제아무리 튼실했던 허벅지도 가늘어진다. 젊은 시절 무다리라 놀림당하던 종아리는 반쪽이 된다. 원인은 단백질 부족에 따른 근육 감소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근육 만드는 단백질의 체내 합성과 분해 속도가 느려져 근육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상체보다 근육량이 많은 하체가 눈에 띄게 부실해진다. '노화는 다리부터 찾아온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다리를 지탱하는 근육이 줄면, 걸음걸이부터 후들거린다. 중·장년층에 낙상 사고가 잦은 것도 이런 이유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5년 낙상 입원 환자 28만 4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12만 4000여명으로 전체의 43.6%를 차지했다. 근육이 줄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큰 하중이 실려 관절과 연골 부위에 부담이 커진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근육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올림픽 선수들…콩 단백질 섭취하니 근육량 늘었다

근육은 보통 30세 전후로 해마다 0.5~1%씩 줄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소실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노인들은 근육뿐 아니라 체내 각종 기관의 기능까지 함께 감소하기도 한다.

근육량이 급감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불균형한 영양 섭취다. 특히 문제 되는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에너지를 내며 새로운 근육 세포를 만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 중 30%가 필요량보다 적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었다.

단백질의 양도 부족하지만 질(質)도 문제다. 근육 손실을 막고 새로운 근육 세포를 만드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 체내 흡수력 등을 따져 질 좋은 단백질을 골라 섭취할 필요가 있다. 동물성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산성 물질이 늘어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질 좋은 식물성 단백질을 다량 함유한 대표 식품은 '콩'이다. 콩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8종(種) 필수 아미노산을 갖추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에서 얻기 어려운 생리활성물질인 이소플라본, 안토시아닌, 올레인산, 리놀렌산, 비타민 A·B1·E,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콩 단백질은 체내 흡수력도 높다. 루마니아 스포츠의학연구소 연구진이 올림픽 카약 선수 66명(남자 45명·여자 21명)을 대상으로 콩 단백질이 근육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두달간 식사때마다 콩 단백질을 섭취하며 운동한 A 그룹의 근육량은 평균 3㎏ 이상 증가한 반면 콩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은 B 그룹의 근육량은 변동이 없었다. 연구진은 "체내 흡수력이 뛰어난 콩 단백질이 A 그룹 선수들의 근육 생성을 도왔다"고 결론 내렸다.

◇발효 콩에 든 영양소 '류신', 일반 콩의 32.5배 높아

노화가 진행되면 똑같은 콩을 먹어도 소화력이 떨어져 젊을 때만큼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럴 땐 발효 콩을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발효를 통해 콩 속 영양분이 잘게 분해돼 체내 흡수력이 증가한다. 발효 전보다 각종 유효 성분도 늘어나는데, 특히 근육 형성에 중요한 필수 아미노산 8종 함량이 평균 10.5배 증가한다.

특히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아이소류신·발린 함유량이 크게 는다. 류신은 발효하지 않은 콩보다 32.5배 높다. 류신은 근육 단백질 합성을 증대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아미노산이다. 2012년 영국영양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류신이 많이 든 단백질을 섭취하면 마른 사람이나 고령자도 근육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다. 아이소류신은 근섬유 재생을 촉진해 근육 회복 속도를 높인다. 발린은 손상된 근육 세포를 회복시켜 새로운 근육을 형성하는 데 도움 준다.

◇효소, 발효 콩 영양분 흡수력 높여

발효 콩에 든 영양분 흡수력을 더 높이려면, 효소 식품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도 도움된다. 효소는 인체 모든 기관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물질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내 함량이 준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효소가 없으면 영양분을 체내에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한다.

발효 콩 단백질과 효소 식품을 함께 섭취하면 발효 콩에 든 영양분의 흡수력이 더 높아져 근육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많거나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은 단백질 음식을 이것저것 찾는 것보다, 발효 콩과 효소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게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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