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금리 상품 연이어 출시 간편 송금·출금 서비스 사용, 외화 환전 등으로 우대금리 챙겨 "금리 상승기엔 만기 짧게 해야"
최근 은행권에서 고(高)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특판 상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예대율 규제'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라 은행들이 예금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대율'이란 은행의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 예금을 늘려야 예대율을 낮출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는 한편 예금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초부터 경쟁적으로 정기예금 특판을 내놓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를 맞아 그동안 낮은 금리로 인해 홀대받았던 예금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특판 상품들 중 우대 조건을 잘 챙길 수 있는 상품을 찾아 가입하면 최고 연 2% 중반대의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
◇1년 정기예금 최고 금리 2.6%
20일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한눈에'를 보면,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중 최고 금리를 주는 상품은 부산은행의 '마이 썸(MY SUM) 정기예금'이었다. 부산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인 '썸뱅크'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지난 1월 말부터 금리를 올려 판매 중이다. 기본 금리는 2%(세전)이지만, 1000만원 이상 신규 가입 시 0.1%포인트, 썸뱅크의 간편 송금 및 간편 출금 서비스를 3회 이상 이용하면 각각 0.1%포인트를 우대하는 등 최고 2.6%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썸뱅크로 외화 환전을 한 번만 해도 0.1%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등 비교적 간단하게 우대 금리를 챙길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6일부터 '하나된 평창 정기예금'을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기존 금리 연 1.9%에 각종 우대 금리를 더해 최고 연 2.4% 금리를 제공한다. 앞서 출시 3개월 만에 1조원이 모여 완판됐던 상품을 3000억원 한도로 추가 판매하는 것인데, 출시 일주일도 안 돼 약 1300억원이 들어왔다.
Sh수협은행은 이달부터 두 달간 최고 연 2.3%의 금리를 적용하는 '정기예금 마니드림 특판'을 진행하고 있다. 수협은행 첫 거래이거나, 정기예금 신규 가입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0.3%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만기를 6개월로 잡을 경우엔 연 2.1%, 1년 만기는 2.3%, 2년 만기는 2.6%까지 최고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최고 연1.8%의 금리를 주는 '신한 마이카 프로야구 S드림 정기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3개월간 신한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한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 0.85%포인트의 우대 금리가 제공된다. 만기가 100일로 설정돼 단기로 자금을 굴리는 데 적합하다.
KB국민은행은 특판 형태는 아니지만, 최근 모바일 앱 전용 상품인 'KB스마트폰 예금'의 최고 금리를 최근 연 1.8%에서 2.1%로 올렸다. SC제일은행은 다음 달 11일까지 최고 연 1.9% 금리를 제공하는 'e-그린세이브예금' 특판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상품은 디지털 전용 정기예금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등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은행들 예금 늘려 규제 강화에 대비"
시중은행 정기예금 규모는 작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말 527조26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조원(4.4%)가량 증가했다. 이는 11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가 서서히 올랐고, 은행들도 예대율 규제에 대비해 고객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예대율 산정 시에 은행 대출 중 비중이 큰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두는데, 분자인 대출 규모가 커지면 예대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예대율을 낮추려면 대출을 줄이거나 예금을 늘려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의 예수금 확보 경쟁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하게 목돈을 굴리려는 고객들이라면 예금 특판 상품을 잘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금리 상승기엔 정기예금 만기를 짧게 잡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금리 상승기에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하면 금리 추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놓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득을 최대한 챙기려면 만기를 가급적 짧게 잡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