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실장 "국회서 개헌 속도 내주길"… 與중진들은 전날 "與野합의 없는 靑개헌안은 안돼"]
국회 운영위, 靑 업무보고 받아
"野만 의원직 상실은 보복" 주장엔… 任실장 "前정부가 수사·기소한 것"
자료제출 늦다고 발언대 세우자 "왜 화를 저한테 푸나, 부당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 업무 보고에 출석해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 위원장과 목소리를 높이며 논쟁을 벌였다. 임 실장은 김 원내대표가 국회에 대한 자세를 문제 삼자 "왜 화를 저한테 푸나. 부당하다"고 맞섰다. 임 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진행된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청와대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간부 출신이 포진해 있어 정부의 대북·대미관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자 "그게 질의입니까"라고 반발했다.
임 실장과 김 위원장의 논쟁은 청와대 자료 제출 문제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자료 제출이 늦다"며 임 실장에게 통상적 답변석이 아닌 업무 보고용 발언대에 설 것을 요구했다. 임 실장은 "여기서도 (답변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재차 "서세요"라고 했다.
임 실장이 발언대에 서자 김 위원장은 "국회를 대하는 청와대 자세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원칙대로 하겠다"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임 실장은 "왜 화를 저에게 푸시는지 모르겠다. 가급적 적극적으로 검토해 (자료를) 제출하겠다는데 그마저 시간을 못 주신다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임 실장은 자리에 돌아간 후에도 "위원장님, 왜 저에게 이러시는지 진짜 모르겠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서라는 말에) 따르긴 했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야당이 제기한 '정치 보복'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야당만 '의원직 상실' 판결이 나오는 건 정치 보복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임 실장은 "저희 정부에서 수사나 기소가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야당 탄압이다, 정치 수사다 하는 건 무리"라고 답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관련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에 대해선 "제 상식으로는 이 엄청난 채용 비리는 지난 정부가 오히려 덮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과잉·보복 수사 중단하라'는 종이를 노트북에 붙인 채 회의를 진행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오전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한국당 의원 116명에 대한 맞춤형 보복을 준비하고 각본에 따라 한 사람씩 솎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은 대북 특사와 관련해 "모두의 고민은 평화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있다"며 "어떤 방법이든 미국 쪽과 소통하면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북 특사에 긍정적 태도를 밝힌 것이다. 임 실장은 대북 정책에 대한 한·미 양국 간 이견이 통상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선 "어느 때보다 (한·미 간) 긴밀한 대화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 실장은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던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해 "(탁 행정관 사례와)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직접적 성폭력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임 실장은 개헌과 관련해 "올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지난 대선 여야의 약속"이라며 "국회에서 속도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발의를 해야 한다면 그런(국회 논의) 가정 아래 필요한 준비는 하겠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전날 임 실장과 가진 만찬 회동에서 "여야가 합의를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나오면 안 된다. (개헌안) 발의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들은 또 "야당에 대해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나가선 안 된다" "남북 문제는 국민 여론, 여야 협치를 통해 함께 가야 힘이 반감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잘 알겠다"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