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3 01:59

문체부 직원 좌천 강요 등은 무죄
불법사찰 관련 재판도 남아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

국정 농단 사태를 묵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작년 4월 재판에 넘겨진 지 311일 만이다. 이제 국정 농단 혐의로 기소된 핵심 인물에 대한 1심 선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만 남았다. 우씨는 이날 선고된 사건과는 별도로 작년 12월 국정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별도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우씨에 대한 형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22일 검찰이 우씨에게 적용한 9개 혐의 중 4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씨는 최순실씨 비위를 파악하고도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아 국정 농단 사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 국민 여망을 저버렸다"며 "그런데도 혐의를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1심 선고 결과 표

재판부는 우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최씨가 관여한 사실을 알면서도 진상 조사나 감찰을 벌이지 않고 은폐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씨는 비위 정황을 확인하고도 조사를 하지 않고,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대책 회의를 한 뒤 최씨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법적 검토' 문건을 만들어 국가 혼란을 초래했다"고 했다. 우씨가 2016년 7월 자기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 등을 감찰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가 민정비서관을 시켜 현장 조사를 중단시키거나 강신명 경찰청장을 동원해 특별감찰관실 파견 경찰에 대한 감찰까지 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감찰을 방해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우씨가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10월 좌편향 문화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이유로 CJ E&M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한 혐의,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불출석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우씨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6명과 감사 담당관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문체부 내 파벌 문제나 인사 특혜 문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측면에서 이뤄진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씨는 2016년 8월 처가와 넥슨의 강남역 부동산 거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같은 해 11월 검찰 소환 조사 때 검사 앞에서 팔짱 끼고 웃는 모습이 사진에 찍혀 비난을 샀다. 이후 작년 초 국정 농단을 묵인한 혐의 등으로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다. 그러나 작년 12월 공직자와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로 세 번째 영장이 청구돼 결국 구속됐다.

우씨는 이날 재판부 선고를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들었다. 우씨 변호인은 "항소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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