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인 중국 화학 업체들은 2015년 이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중국 업체는 주원료로 석탄을 많이 쓴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2015년 초 5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석탄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중국 업체는 줄줄이 투자를 미뤘다. 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졌고 중국 업체는 호황기에도 공급을 원활히 늘리지 못했다.
글로벌 공급이 부족해지자 제품 판매 가격이 올랐다. 대표적 화학제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비용을 뺀 것)는 2016년 세계 경기 침체로 t당 50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8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반면 국내 화학 업체는 중국 업체와 달리 미리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려놔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도 국내 주요 화학 업체는 에틸량 설비 규모를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시켰다.
◇유가 상승세가 부담 작용할 듯
화학 업체들은 올해도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4.7% 늘어난 26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올해 3조8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해에 비해 52%나 늘린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500억원 규모의 고부가 화학 설비 증설 계획을 결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의 움직임이 복병이 될 수 있다. 유가는 올 초 3년여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북미 지역에서는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900만t 규모의 에틸렌 증설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화학 업계의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무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