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륵, 에취, 간질간질… 알레르기 없는 아름다운 봄, 맞이할 준비 됐습니까?

입력 : 2018.02.26 07:40

SPECIAL 커버 스토리

■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따로 있다
■ 알레르기 환자 왜 계속 늘어날까
■ 알레르기가 몸속에서 발현하는 과정
■ 효과적인 알레르기 치료법·예방법

봄철 알레르기

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봄에도 활짝 웃지 못해 서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꽃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모르는새 우리 몸에 들어와 비염, 천식 등을 유발한다. 끊임없는 콧물, 기침으로 일상을 방해해 봄을 즐길 새도 없게 만든다. 그런데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비단 꽃가루만이 아니다. 다양한 원인 물질이 주변에 산재한다. 알레르기 증상은 왜 생기고,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료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PART 1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따로 있다

알레르기는 꽃가루나 진드기 같은 항원(抗原: 알레르기 유발하는 물질)이 몸에 침투했을 때,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15~25%가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알레르기 항원은 매우 다양한데 모두 ‘단백질’로 이뤄졌다. 그중 가장 흔한 알레르기 유발 항원이 ‘집먼지진드기’이고, 그다음이 ‘꽃가루’다.

꽃가루 알레르기 2~5월, 8~9월에 늘어나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창근 교수는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는 봄과 가을에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구체적으로 2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크게 늘어난다. 주로 비염과 천식을 유발하는데,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 환자 수는 봄에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꽃가루를 코나 기도로 들이마시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며 “여러 알레르기 증상 중 알레르기성 비염이 가장 흔하다”고 말했다. 코 가려움증과 함께 재채기, 맑은 콧물이 나고 코가 부으면서 후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2차적으로 두통, 안면통, 구강건조, 집중력 감소, 수면장애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하는 주요 꽃

색 단조롭고 향 적은 꽃이 알레르기 유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은 대부분 충매화(蟲媒花)가 아닌 풍매화(風媒花)다. 충매화는 곤충이 꽃가루를 전파시키는 꽃인데, 대부분 색이 화려하고 향기가 진하다. 반면 꽃가루 생산량이 적고 꽃가루가 크고 무거워서 공기 중에 잘 떠다니지 못한다. 풍매화는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퍼지는 꽃으로 꽃가루 생산량이 많고 크기가 작고 가볍다. 오재원 교수는 “공기주머니 등 특수한 기관이 있어 공기 중에 잘 떠다니기 때문에 사람의 코나 입으로 쉽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봄에 꽃가루를 많이 날리는 꽃은 참나무 꽃, 오리나무 꽃, 자작나무 꽃 등 나무에서 자라는 꽃들이다. 카네이션, 장미, 백합 등의 화려한 꽃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킬 일이 거의 없다. 오 교수는 “봄에는 나무의 꽃 가루가, 가을에는 잡초의 꽃 가루가 성행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유발하는 꽃가루 눈에 안 보여
오재원 교수는 “일부 방송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보도하며 공기 중에 날리는 솜 모양의 부유물을 촬영해 내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꽃가루가 아닌 꽃씨”라며 “눈에 보이는 크기의 꽃씨는 물론 꽃가루도 콧속이나 호흡기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의 크기는 20~5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정도다. 현미경으로 봐야 눈에 보인다. 오재원 교수는 “대부분 눈이나 코에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만, 일부는 침이나 가래에 녹아 기도를 타고 넘어가면서 기관지 수축이나 염증 등을 유발해 천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환자 왜 계속 늘어나는 이유

PART 2
알레르기 환자 왜 계속 늘어날까

알레르기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재원 교수는 “국내 알레르기 환자 발생률이 1980년대 초에는 약 5%에 불과했는데, 1990년대 후반에는 약 15%, 2000년대에는 20%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 중 꽃가루 알레르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라고 말했다. 알레르기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온난화로 꽃 피는 기간 길어져
지구 온난화로 인해 따뜻한 날이 비교적 길어지면서 꽃 피는 시기 역시 길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오재원 교수는 “보통 꽃가루 알레르기로 환자가 6월달까지 병원을 찾았다”며 “그 이후에도 갈수록 꽃가루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 교수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서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97년에는 새해가 시작하고 약 70일 뒤부터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면 2017년에는 약 50일 뒤부터로 시작 시기가 앞당겨졌다.

2. 이산화탄소 늘면서 잡초 번식 늘어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잡초류 중에 대표적인 것이 ‘돼지풀’이다. 돼지풀은 높이 30~80cm 잡초의 일종으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공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많으면 잘 번식한다고 알려졌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늘면 돼지풀이 약 60%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환경부는 돼지풀을 ‘생태계 위해 외래 식물’로도 지정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역시 알레르기 유발 잡초류인 환삼덩굴도 더 잘 번식한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신유섭 교수는 “실제 비닐하우스 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일수록 꽃가루 양과 꽃가루의 항원성, 즉 독하기가 커지는 것을 증명한 미국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3. 환기 어려운 실내 구조도 원인
이는 꽃가루보다 집먼지진드기알레르기 환자 수를 늘리는 원인이긴 하지만, 건물 구조가 과거와 바뀌면서 환기가 비교적 덜 이뤄지는 것이 전체적인 알레르기 환자 수를 늘린다고 추정된다. 과거에 사람들이 주로 살던 한옥은 문이 여러 개이고 복도도 있어 바람이 잘 통했다. 따라서 내부 환기가 잘 됐는데, 요즘 짓는 고층빌딩에는 창문이 많지 않다. 환풍기를 이용해 내부 오염물질을 걸러낸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오재원 교수는 “적지 않은 먼지가 환풍기에 걸리지 않고 다시 내부로 공급돼 순환한다”며 “아직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고층빌딩이 많지 않은 국가는 알레르기질환이 선진국처럼 많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알레르기로 힘들어하는 이미지

PART 3
알레르기 발현 과정

꽃가루가 몸에 들어왔을 때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우선 꽃가루 등의 항원이 콧속으로 들어오면 항원제시세포라는 것이 항원을 인식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몸에 흡수시킨다. 이것이 백혈구의 일종인 B림프구에 노출되면 이에 저항하는 항체를 생성하기 위해 B림프구가 형질세포로 바뀐다. 알레르기 소인이 있는 사람은 형질세포에서 ‘IgE’라는 항체를 만들고, 이것이 비만세포에 붙는다.

비만세포에 IgE 항체가 붙으면 이후부터 알레르기 항원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IgE에 붙고, 비만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히스타민·사이토카인 등의 물질을 분비시킨다. 이런 물질은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조절하는 평활근세포를 수축시키고, 기도를 좁게 만든다. 히스타민은 점막 내피세포에작용해 점액 분비를 늘리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재채기, 기침, 쌕쌕거림 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발현 과정

알레르기 60~80%는 유전이 원인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에는 유전력이 크게 작용한다. 알레르기 원인의 60~80%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오재원 교수는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가 있으면 자녀도 알레르기를 겪을 확률이 약 60%이고, 부모 모두 알레르기가 있으면 확률이 80%나 된다”고 말했다. 혹여나 부모에게 알레르기가 없는데 자녀가 알레르기를 겪는다면 고모, 이모, 삼촌 등 친척 중에서라도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단,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는 몸 컨디션을 가졌다 하더라도 문제 항원에 노출되지 않으면 증상이 안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어릴 적에 알레르기 증상이 없다가 성인이 돼서 생겼다면 이러한 경우일 수 있다. 또한 알레르기 증상이 과거 심하지 않았는데 성장하면서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는 등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하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알레르기를 겪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 행진

알레르기, 주로 소아에게 생기는 이유는?
알레르기 증상은 소아에게서 유독 심각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실제 대학병원 진료과를 살펴보면 알레르기내과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소아청소년과에서 알레르기 질환을 같이 보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서 알레르기가 더 잘 생기는 이유는 아직 몸의 면역체계가 완벽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아 때 알레르기 증상이 순차적으로 다른 부위에 나타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것이 ‘알레르기 행진’이다. 알레르기 행진이란 처음에 아토피피부염을 앓다가 증상이 좋아지면서 알레르기천식이 생기고, 천식이 좋아지면 알레르기비염이 나타나는 것이다. 오재원 교수는 “알레르기 소인이 있는 아이는 보통 생후 3개월쯤 우유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며 “우유를 먹으면 설사하고 토하고 심하게 보채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생후 6개월쯤부터는 아토피피부염을 겪는다. 이후 5~7세가 되면 아토피피부염 증상의 70%는 완화된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부 천식 증상이 나타난다. 기침을 자주하고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알레르기천식은 10세 전후로 좋아지지만, 이후 알레르기비염으로 이어지고 알레르기비염은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발생 부위가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역시 면역체계의 완성 순서와 관련 있다. 먼저 장이 면역력을 갖추면서 우유 알레르기가 완화된다. 이후 하부 기도와 폐의 면역체계가 완성된다. 동시에 피부도 점차 두꺼워지며 면역력을 갖춘다. 반면 코는 가장 예민한 부위로 성인이 돼서까지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효과적인 알레르기 치료·예방법

PART 4
효과적인 알레르기 치료·예방법

원인 알아내는 검사가 우선
알레르기 증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자신이 어떤 항원에 알레르기를 겪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 환자가 꽃가루 알레르기인 줄 착각하고 봄철 집 창문을 닫아두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진다. 통풍이 안 되면서 집먼지진드기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피부에 직접 항원을 닿게 해 피부에서 얼마나 과민반응을 일으키는지 시험하는 검사다. 피부 여러 군데(약 55군데)를 얕게 찌른 후 각기 다른 여러 항원을 닿게 한다. 50군데 이상 여러 곳을 찌르고 항원을 떨어뜨려 보는 이유는 꽃가루 20종과 그외 여러 종류 식품, 집먼지진드기 등의 다양한 항원과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일정 기준 이상 부풀어 오른다면 그 항원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다. 피부검사는 검사 시간이 약 30분으로 짧고 검사 결과가 즉시 나온다. 단,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오면 안 된다.
혈액검사도 시도할 수 있다.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하는 것인데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와도 검사 결과가 정확하게 나온다. 단, 검사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5일 정도 걸린다.

꽃가루가 원인일 때…

step 1 꽃가루를 최대한 피한다

1 꽃가루가 가장 많이 날리는 오전 5~10시 되도록 외출을 자제한다. 이 시간에는 자동차 타고 다닐 때도 창문을 닫는다.

2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는 문 밖에서 먼지를 털고 실내로 들어간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입자는 매우 미세해 옷에 붙어있기 쉽다.

3 외출하고 왔을 때는 반드시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다. 외출복을 집에서 그대로 입고 있으면 꽃가루가 집 안에서 계속해 떠다니게 된다.

4 외출하고 왔을 때는 반드시 손, 발, 얼굴을 깨끗이 씻는다.

step 2 미리 약을 뿌리거나 복용한다

외출을 자주 해 꽃가루를 피하기 어렵다면 꽃가루가 날리는 시즌 전에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신유섭 교수는 “이미 꽃가루 알레르기로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또 꽃가루가 체내로 들어오면 염증이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며 “2월 말부터 미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비염 치료에 쓰이는 흡입형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게 증상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흡입형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게 증상의 예방·완화 효과가 더 크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비염 증상은 가려움증, 콧물, 채채기, 코막힘인데, 흡입형 약물은 네 가지에 다 효과 있지만 항히스타민제는 코막힘을 완화하는 효과가 비교적 적다. 한편, 비충혈완화제는 연속해서 일주일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신 교수는 “처음에는 코가 뻥 뚫려 시원하지만 이후에는 부작용으로 코가 더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step 3 근본원인 치료하는 면역요법을 받는다

신유섭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면역요법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면역요법은 항원을 체내에 소량씩 꾸준히 주입해 몸이 항원에 적응해 완치되도록 돕는 치료다.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유일한 근치적 방법으로 인정한 치료법이다. 오재원 교수는 “환자의 약 80%가 면역요법으로 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약을 쓰지 않고 일상생활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진다.

면역요법은 주사요법과 혀 밑에 약물을 넣는 설하(舌下)요법, 둘로 나뉜다. 설하요법이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방법이다. 주사요법과 설하요법 모두 3~5년 정도 진행한다. 설하요법이 더 편리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주사요법은 한 해 평균 1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설하요법은 가격이 이의 2~3배다. 설하요법의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악효가 덜한 탓이 아니고, 집에서 환자가 스스로 진행하는 치료법이다 보니 규칙적으로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tep 4 콧속 공간 넓히는 수술도 고려한다

비염으로 코막힘 증상이 심한 사람은 수술적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코 점막을 고주파로 태워 항원 수용체를 파괴하거나, 코 점막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해 콧속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 등이 있다. 코가 휜 사람도 비염 증상이 심할 수 있어 이를 바로잡아 주는 수술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제 비염 증상이 지속되면 단순히 불편한 것뿐 아니라 축농증이나 천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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