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6 01:49

검찰, 핵심문건 다수 확보… "김백준이 VIP 보고하려 작성"
내달초 MB 피의자 신분 소환… 어제 아들 시형씨 불러 조사

이명박 전 대통령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사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대납 사실을 몰랐고 김 전 기획관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에 관여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 제목은 'VIP 보고'다. 작성 시점은 2009년 중반으로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 형식으로 적혀 있다고 한다. '다스 소송 비용은 월 12만5000달러씩 필요하고 이 비용은 삼성 계좌에서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소송 변호를 맡은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소송 비용 대납을 위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접촉한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이 있는 영포빌딩 지하 2층을 압수 수색하면서 문건을 찾아냈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은 여러 건이라고 한다. 김백준씨가 수차례 소송 진행 상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계좌추적 등의 방식으로 다스의 금전 관계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다. 다스가 2009년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비를 내지 않은 점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백준씨와 이학수씨의 진술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이 소송 비용 370만달러(약 40억원)를 대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소송비 대납이 2009년 말 이뤄진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한 대가로 보고 있다. 뇌물 수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를 증명해야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소송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측근과 회사 간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문건으로 이 전 대통령의 대납 인지(認知) 사실까지 증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문건들이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갖고 나온 서류 더미에서 발견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영포빌딩 압수 수색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갖고 나온 국가 기밀 문서들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국가 최고 안보 기밀이 다뤄지는 국가위기관리센터와 민정수석실, 국정원 등에서 생산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거나 대통령실에서 접수한 문건들이 발견됐다. 이 전 대통령의 이삿짐에서 나온 문건인 만큼 이 전 대통령이 몰랐을 수 없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시형씨를 상대로 다스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확인하면서 '다스 실소유주'가 누군지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3월 초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출두하면 이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5번째다. 검찰 조사 중 사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모두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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