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냐, 사랑이냐… 두 대군의 '핏빛' 로맨스

긴 막대기를 한 손에 쥔 왕자 둘이 말을 타고 내달린다. 투구와 갑옷을 갖춰 입고 바닥에 놓인 공을 쳐내 승부를 겨루는 무예 '격구(擊毬)'. 당당한 기세로 돌진하는 적색 격구복의 주상욱(진양대군 이강 역)과 해맑게 웃으며 말을 타고 달리는 청색 격구복의 윤시윤(은성대군 이휘 역)이 맞대결을 벌인다. 긴장한 표정의 진세연(성자현 역)이 그 둘을 지켜보고 있다.

봄바람 타고 사극(史劇)이 돌아왔다. TV조선은 내달 3일 20부작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를 처음 방송한다. 조선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에 대한 기록에서 모티브를 얻은 로맨스물로 두 왕자가 권력과 사랑을 두고 벌이는 갈등을 그린다.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2011)', '조선총잡이(2014)'를 연출한 김정민 감독과 드라마 '하녀들'을 집필한 조현경 작가가 뭉쳤다.

조선 최고 미인으로 두 왕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성자현 역의 진세연(24)은 사극 '베테랑'이다. MBC 짝패(2011)에서 여주인공 동녀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린 뒤 KBS 각시탈(2012), MBC 옥중화(2016) 주연을 맡으며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군'은 그가 맡은 네 번째 사극. 진세연은 "사극은 현대극과 달리 놀라거나 화내는 장면에서 감정을 더 크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대군'에서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나서는 열혈 소녀 성자현을 연기한다. 참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이번 역이 나의 실제 모습과 가장 닮아서 더 애정이 간다"며 웃었다.

성자현을 짝사랑하는 진양대군 이강 역의 주상욱(40)은 사극 초보나 다름없다. 10년 전 MBC 선덕여왕(2009)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월야 역을 맡은 게 전부다. 그래서 만전을 기했다. "사극의 묘미는 말 타는 장면"이라 여겨 "촬영이 결정되자마자 바로 승마 연습에 돌입해 말타기를 정복"했다. 그 덕에 모든 마상(馬上) 연기를 대역 없이 소화했다. 주상욱이 맡은 역할은 권력과 사랑 모두를 거머쥐려는 야망가. "모든 것에 욕심이 난다"고 말하는 이강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주상욱은 "진양대군은 극중에서 가장 외로운 인물"이라며 "카리스마 이면에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외로움이 배어 있다"고 분석했다.

진양대군과 대척점에 선 은성대군은 권력보다는 예술과 사랑을 지향하는 인물이다.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모티브다. 조현경 작가는 "역사 기록에 안평대군은 시와 그림, 가야금, 서체에 모두 능했던 것으로 묘사돼 있다"며 "안평대군을 부정적으로 그려왔던 기존 사극과 달리 그의 재능과 매력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은성대군 역은 윤시윤(32)이 맡았다. 그는 "사극은 현대극보다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장르라 흥미롭다"고 말했다. 기대하는 시청률을 묻자 "2002년 월드컵 첫 예선 경기였던 한국 대 폴란드전 정도만 나오면 좋겠다"며 싱긋 웃었다. 당시 시청률은 지상파 3사 합계74.1％. 말 그대로 상상 속 시청률이다. 대군의 즐거운 상상은 현실이 될까. 진세연은 "사극이지만 2030도 공감할 수 있는 로맨스물이다. 시청자들이 배우들과 함께 아파하고 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