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가 끝나고 술잔을 치울 때, 그때 위험관리를 시작하라"

"시장의 예상보다 미국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시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야구 배트를 짧게 잡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차익을 실현하세요."

작년 연말부터 KEB하나은행 PB 320여 명을 이끌고 있는 박세걸 KEB하나은행 WM사업단장은 과거 외환 딜러, 주식 운용, PB사업부 등 다양한 투자 분야를 거친 '멀티 플레이어'다. 올해부터 WM사업단을 맡고 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박 단장은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올해 상반기 성공 투자의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위험 자산의 선전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단장은 "중앙은행이 파티에서 '펀치 볼(술잔)'을 치우기 시작할 때가 바로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특히 3월 중순까지는 변동성이 높은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2.9%까지 오르는 등 시장의 기대보다 금리가 빠르게 움직인 탓이다. 박 단장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기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배트를 짧게 잡고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고 했다.

◇황금 배합 'KRX300' 주목해야

박 단장은 올해 가장 선호하는 자산으로 주식을 꼽았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만큼, 펀드 등 간접투자를 고려하라고 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저평가 국면을 활용한 지수 추종형의 트레이딩 등 안정적인 접근을 추천했다. 특히 올해 'KRX300통합지수'를 주목하라고 했다. 해당 지수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피 우량 종목 91%, 코스닥 우량 종목 9%로 구성된 지수다. KRX300지수를 기초로 한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는 다음 달 일괄 상장될 예정이다. 그는 "KRX300은 기존 코스피지수(가치주)와 코스닥지수(성장주)의 보완적인 상품인 데다, 변동성은 오히려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 200개로 만든 코스피200보다 낮은 '환상의 조합'이라고 했다. 이어 "KRX300 통합지수는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주요 벤치마크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향후 중장기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일정 수익을 거두면 채권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는 목표전환형 펀드, 선진국 경기회복의 과실을 챙길 수 있는 선진국 소비재 펀드, 인도와 아세안(ASEAN) 펀드 등을 유망한 상품으로 꼽았다. 박 단장은 "올해 성장률 절반 이상은 아시아 신흥국이 견인할 것"이라며 "특히 인도가 올해 전년 대비 7.4%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2016년 화폐개혁, 2017년 조세개혁 등 잇따른 개혁의 과실을 거둘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의 경우 작년 1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연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만 10억2000만달러에 달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투자로 자산 변동 낮춰라

박 단장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10~20%는 달러 자산으로 가져가라고 충고한다. 포트폴리오를 외환으로 다변화하면 국제 경기와 환율 변동에 따른 자산 가치 등락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달러 투자법인 달러 예금, 달러 ETF, 달러 지수연계증권(ELS), 달러 채권, 달러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달러 대비 원화 예상 평균 환율은 1075원"이라며 "환율이 1075원 이하면 원화를 환전해 달러 상품을 사고, 1075원 위에서는 보유 달러 범위 내에서 투자하라"고 했다.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4차 산업혁명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 테마라고 했다. 박 단장은 "5G 투자 가속화로 대형 IT 기업의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사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데이터센터와 최종 사용자를 잇는 5G 네트워크가 완벽히 구축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이니셜)'의 경우 기존 경기 사이클과 연동되지 않는 경기 중립적 실적 구조를 지닌 점도 긍정적인 점으로 꼽았다.

◇국내 IT 대형주는 저가 매수 기회

변동성 장세는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박 단장은 최근 주식시장 조정으로 저평가 현상이 뚜렷한 국내 IT 대형주에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최근 조정을 받은 삼성전자의 경우 PER(12개월 선행)이 6.8배로, 경쟁사 애플(14배) 대비 저평가됐다"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모델 갤럭시 S9 공개로 성장성이 재부각되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 62조원 달성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50대1 액면분할로 인한 유동성 효과로 삼성전자가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올해 국내 IT 업종 순이익증가율 전망치는 15.3%로, 코스피 전체(11.0%)를 넘어서고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IT주의 매력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또 1분기 중 중국 시장에서 변동성이 발생하면 중기적 관점에서 저가 매수하라고도 했다. 그는 "최근 중국 주식시장 하락은 해외 증시 변동과 춘절(春節)을 앞둔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 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 시장이 안정화되면 중국 주식시장도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또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에 따른 정책 기대감, 상장 기업의 양호한 실적, 상하이·홍콩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 중국 A주(내국인 전용 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지수(EM) 편입 등도 중기적인 호재로 꼽았다. 박 단장은 "다만 중국 투자자라면 3~4월의 물가 지표 정도는 관심 갖고 지켜보라"고 했다. 중국의 물가 상승이 생각보다 빠를 경우 중국 정책 당국이 추가 긴축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