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7 15:00

[Cover Story] 외환전문가 10명 중 6명 "美 금리 올라도 달러화 강세 힘들 것" 전망… 환테크 전략 어떻게 짜야하나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기준금리를 선(先)반영하는 연방기금(FF) 선물금리로 추산한 미국의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99%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공개된 1월 미국 FOMC 의사록은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연준위원들은 현재의 미국 경제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금리 인상 횟수도 기존 전망(3회)보다 많은 "4회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환테크 전략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에 풀린 달러를 죄는 효과가 있어서 달러화 가치는 보통 올라간다. 실제로 1월 FOMC 의사록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22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1원이나 오른(원화 약세, 달러 강세) 1084.3원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강(强)달러 시대에 대비한 재테크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달러화 가치는 정말 계속 오를까, 매수는 언제쯤 하면 유리할까. 국내 은행·증권사에서 일하는 외환 전문가 10인에게 달러 투자법과 환(換)테크 노하우를 물었다.

◇예상과 달리 弱달러 의견 우세

설문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달러화가 강세를 띠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10명 중 6명(국민·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NH·한국투자·삼성증권)이 올해 2분기(4~6월)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구간의 하단(下端)을 현재 수준(1070~1080원대)보다 아래(원화 강세)로 제시했다.

달러 약세 주장의 근거는 미국의 감세 정책과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경상수지 흑자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 등이다.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미 달러화 가치에 많이 반영된 상태"(NH투자증권 김환 연구원),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수입 물가와 원자재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미래에셋대우 이승환 웰스매니저) 등의 의견이 있었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김현식 PB팀장은 "올 2분기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6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1~2년에는 1000원 아래로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의 강세나 강보합세를 예견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원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달러를 매입할 만한 환율 수준으로 1050~1060원 이하를 추천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최진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이 없는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달러 대비 원화 환율 1060원 이하에서는 달러를 사들일 만하다"고 말했다.

◇ "100% 원화보다는 달러 등에 분산"

환테크 전략
전문가들은 보유 통화를 원화로만 구성하는 것은 위험을 분산하는 데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통화를 고르게 보유할 것을 권했다. 추천 보유 비율은 전문가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대체로 달러, 유로, 엔화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원화와 주요 통화로 바스켓을 꾸렸지만 스위스프랑과 호주·뉴질랜드 달러를 추천한 경우도 있었다. 미래에셋대우 개봉동WM 이승환 웰스매니저는 "모든 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있는 현 시점에서는 안전통화의 포지션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며 "스위스프랑 20%, 엔화 30%, 호주·뉴질랜드 달러 20%, 미국 달러 20%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달러·유로·엔화 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통화로는 중국 위안화와 캐나다·호주 달러 등이 많이 꼽혔다. 특히 위안화를 추천한 전문가(우리은행, 한국투자·KB증권)가 가장 많았다. KB증권 문정희 연구위원은 "달러가 약세 사이클에 진입했을 때 1980년대 엔화, 1999년 유로화 출범처럼 늘 새로운 통화가 등장했다"며 "2020년에도 새로운 통화가 등장할 가능성이 큰데, 현재 경제 규모로 본다면 가장 유력한 통화는 중국 위안화이고, 중국의 자본시장이 개방될 경우 중국 위안화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러시아 루블화(미래에셋대우)와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통화(신한은행)를 추천한 전문가도 있었다.

◇10명 중 9명이 달러 장기 약세 전망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10명 중 9명이 달러가 약세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공화당 집권기에는 전통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한 점, 유로존과 일본 등 여전히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긴축 선회 움직임,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로 달러에 대한 신뢰 악화 등이 본격적인 달러 약세장 진입을 예상케 하는 주요인들이다.

KEB하나은행 서정훈 연구위원은 "미국의 가파른 통화정책 정상화는 달러 강세 요인이지만 시장 예상대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달러화 약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 박정우 수석연구원은 "세제 개편에 따른 달러화의 본국 송환 효과,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과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강화로 장기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제한적인 달러화 강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추천 달러 투자법으로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을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미래에셋대우 이승환 웰스매니저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아르헨티나 전자상거래 업체 '메르카도리브레',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징둥닷컴(JD.com)' 등을 추천할 만하다"며 "IT 기술을 기반으로 양(Q)과 가격(P)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업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달러가 강세를 띨 경우 원자재나 신흥국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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