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봄을 기다린다. 사람들의 마음은 도심에 화려하게 피는 벚꽃놀이를 향하고, 산꾼들의 마음은 진달래·철쭉 피는 산중화원으로 향하고 있을 때다. 그렇다면 옷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제 일상복 따로 등산복 따로 입는 시대는 지났다. 등산복은 일상복처럼 점잖고 세련되어지고, 일상복은 등산복 못지않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능성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한 캐주얼 재킷과 방수 기능이 있는 패딩 점퍼, 등산화의 접지력을 가진 신사구두와 스니커즈, 등산배낭의 등판을 이식한 비즈니스 백팩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올해 패션계와 아웃도어 업계의 최대 화두는 ‘고프코어Gorp Core’이다.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의류를 매칭해 입는 패션을 말한다. ‘고프Gorp’는 캠핑이나 등산 등의 아웃도어 활동 중 행동식으로 즐겨먹는 그래놀라Granolas, 귀리Oats, 건포도Rainsins, 땅콩Peanuts의 앞 이니셜을 따서 만든 단어로, 쉽게 풀자면 등산이나 캠핑을 갈 때 챙겨 가는 견과류 믹스를 아웃도어 룩에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다.
기존의 놈코어Nomcore(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가 일상복을 매치해 입는 패션이라면 고프코어는 일상복에 등산복과 등산화, 모자, 장갑 등을 적절하게 매치해 입는 것이다. 회사에서, 캠핑장에서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캐주얼한 아웃도어 룩을 지향하며, 특별한 형식 없이 본인이 활동하기 편하게 매칭해서 입으면 그만이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아웃도어 업계도 등산복과 일상복의 퓨전Fusion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이미 2~3년 전부터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애슬레저athleisure’란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다. 둘의 용어는 다르지만 ‘아웃도어=산’이라는 공식을 깬 아웃도어와 라이프스타일의 접목이라는 큰 맥은 같다고 하겠다.
코오롱스포츠는 올해 S/S시즌에 ‘ENJOY ANY WEATHER’ 를 테마로 한 ‘웨더 컬렉션’을 선보인다. 웨더 컬렉션은 봄에서 여름까지, 일상에서 자연까지 다양한 날씨와 장소, 환경에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제품군이다.
코오롱스포츠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나선 방미애 상무는 “최근 패션 트렌드는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최고의 기능을 가진 의류”라면서 “지난 겨울시즌 수많은 롱패딩이 나왔지만 아웃도어 브랜드의 롱패딩이 가장 많이 팔렸다. 이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가진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웨더 컬렉션의 대표 아이템은 ‘웨더 코트’다. 기존의 긴 코트 디자인에 기능성 소재를 사용해 방풍과 방수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 여기에 기존 코트는 구기지 않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선입견을 깬 패커블 기능까지, 패션복의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에 등산복의 기능성을 접목했다.
블랙야크도 애슬레저룩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기존의 화려함에서 벗어난 심플한 디자인과 고기능성의 ‘글로벌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가성비 높은 애슬레저룩은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업계 전반에 걸쳐 주요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예전에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도 장비 선택의 주요 항목이 되었다. 즉,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이 만족하는 제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이런 소비 패턴에 발맞춰 가성비가 좋은 실용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가격도 높고 기능성도 뛰어난 프리미엄급 제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 ‘방진’, ‘여심’ 공략
과거 아웃도어 의류라 하면 방수와 방풍, 발수성 등만을 따졌지만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최근에는 먼지로부터 옷을 보호하는 ‘방진(프로텍션)’ 기능이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SS시즌부터 ‘프로텍션 재킷’을 출시하고 있다. 이 재킷은 정전기를 최소화하는 도전사 원단을 사용해 황사나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방지한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프로텍션 재킷을 출시하면서 동일한 소재로 제작한 방진 마스크를 사은품으로 증정했는데, 이 마스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황사’와 ‘미세먼지’ 방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라푸마도 정전기 방지 처리된 소재를 사용한 안티더스트 재킷을 내놓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들도 먼지 방지 기능 소재를 사용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올해에는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또 하나의 주요 키워드는 ‘여성’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경제력이 있으면서 독신으로 지내며 백패킹이나 클라이밍, 서핑, 트레일러닝, 스노보드 등의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의 소비력에 주목하며 소위 ‘여심女心’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겨울 시즌 ‘수지 패딩’ 열풍을 일으키며 완판을 기록한 K2와 ‘전지현 패딩’을 선보인 네파가 대표적인 ‘여심 마케팅’ 사례다. K2는 올 S/S 시즌에도 핑크, 코럴 등 파스텔 컬러와 슬림 핏 디자인 등을 내세워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핑크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체험’이다. 아웃도어 업계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의 제품을 손쉽게 직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더 이상 미디어 광고만으로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체험 마케팅’이다.
세계적인 배낭 브랜드 ‘미스테리 랜치’는 지난해 제4회 ‘랜처스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미스테리 랜치 배낭을 사용하는 국내 백패커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행사로, 캠핑을 하면서 공연이나 게임, 트레킹 등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행사장에서 자사의 제품들을 전시, 고객들이 직접 사용해 봄으로써 신제품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브랜드 창업자인 다나 글리슨 대표가 직접 참가해 고객들을 만남으로써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고어텍스도 쾌적원정체험대, 마스터클래스 등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블랙야크는 ‘블랙야크 명산 100’을 운영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K2 역시 ‘어썸챌린지’란 이름으로 매년 아웃도어 캠프나 트레일러닝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18 S/S 아웃도어 핫 키워드 5
1 고프코어
아재스런 등산복 패션은 가라! 이제는 등산복도 ‘셀럽’처럼 입는 시대!
2 가심비
내 마음에 든다면 가격은 상관없어!
3 방진
특명! 미세먼지로부터 내 옷을 지켜라!
4 여성
‘여자여자’한 디자인과 컬러에 기능성까지 더했다!
5 체험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닌 믿음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