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고요, 진리고요" 종교, 딱딱하고 어렵지 않아요

'예수는 오지신 분(오지고요)/예수는 진리신 분(진리고요)/그의 능력친 만렙/한계가 없으신 클라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가사의 찬송가가 교회의 담장을 허물었다. 멋있다는 뜻의 '오지다', 최종 레벨 수준이라는 '만렙' 등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급식체'로 예수를 묘사한 이 노래의 제목은 '오진 예수'. 흥겨운 랩과 드럼, 베이스, 일렉기타가 만들어내는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가 비기독교인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예수님을 만나면 가장 먼저 외칠 말이 '오졌다' 아닐까요?" '오진 예수'를 부른 밴드 C.P.R(Church Praise Revolution)의 이화익(36)씨는 찬양을 지루해하는 어린 세대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표한 이 곡이 크게 화제가 되자 C.P.R은 2집 '헐개이득'도 냈다. '헐 개이득/날 찾아오신 주/헐 개깜놀/날 위로하신 주/헐 개소름/날 사랑하신 주/헐 대박대박'으로 이어지는 후렴구가 귀에 쏙쏙 꽂힌다. 이들은 오는 20일 3집을 공개한다. 앨범 제목은 '이거 실화냐?'.

길거리에서 손을 부여잡고 전도하는 시대는 끝났다.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만들어 전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봉은사 도연 스님은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명상법, 호흡법, 철학 등의 콘텐츠를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불자(佛子)들이 만든 1인 방송도 있다. '절오빠절언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청년 불자들은 매주 유튜브로 불교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 '야밤법석'을 운영한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 까루 린포체와 함께한 방송 채팅방에서는 '목탁으로 비트박스를 할 수 있느냐' '죄를 많이 지으면 곤충으로 다시 태어나느냐'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불교 관련 영화를 보거나 스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 운영자 구희철(36)씨는 "불교를 어렵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라고 소개했다.

이런 움직임의 바탕에는 종교 인구의 감소라는 난제(難題)가 있다. 우리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는 "신도 수와 출가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종단 내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출가자 수는 2007년 336명에서 2017년 151명으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스님 공채'에 나선 이유다. 출가자 공개 모집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했고 '출가 후 생활에 필요한 주거, 교육, 의료 지원, 국민건강·국민연금·요양비 혜택'이라는 단서를 함께 달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불교를 딱딱하게 생각하는 일반 국민에게 조금 더 편하고 가볍게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성한 종교를 가볍고 불경스럽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오진 예수'의 이화익씨는 "무표정하게 앉아 있기만 하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흥얼거린다"며 "종교에 대한 장벽을 낮춰주면서도 신(神)의 존엄성과 신성은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