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15 03:00 | 수정 : 2018.03.15 13:36

['한반도 화해' 타고 분위기 변해]

호텔 신라, 이달 들어 9.8% 올라… 북미회담 발표날은 10.82% 뛰어
"신흥국 보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 4·5월 정상회담 잘 되면 반전… 코스피 2635까지 갈 수 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올랐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데 따른 대표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호텔신라는 8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초 대비 9.8%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난다고 밝힌 지난 9일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10.82% 치솟았다. 최근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한국 증시도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코스피 2600선 돌파하나

한국 주가가 중국 등 신흥국 증시와 비교해 약 30% 싼 것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각국의 지수 구성 종목 예상 실적을 활용해 12개월 뒤의 이익을 추정, 이를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해당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한국의 PER은 미국 17.2배, 일본 13.5배 등 선진국(평균 15.9배)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중국 13.2배, 브라질 13.7배 등 신흥 시장(평균 12.4배)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주요 중국 관련주 3월 주가 상승률 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북한 핵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가장 큰 정치·사회적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런데 4월 문재인·김정은 회담에 이어 5월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열리기로 결정되면서, 한국 증시의 불안 요인이 줄고 주가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북핵 위험 때문에 한국 투자를 꺼렸던 글로벌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북미 간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12개월 예상 PER이 9.89배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코스피도 2635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련 업종부터 상승세 타

이미 면세점, 여행사, 화장품 등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관련된 업종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도 자연히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호텔신라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지난해 중국 관광객 감소로 타격을 입었던 면세점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610억원으로 전년(731억원)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도 이달 들어 주가가 6.34% 상승했다. 지난 9일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4.81% 뛰었다. 중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종목도 이달 들어 각각 7.1%, 3.2% 올랐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부진을 겪던 화장품, 면세업종이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면 3월 이후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CDS 프리미엄은 0.4146%(12일 기준)로, 작년 3월 17일(0.4126%) 이후 최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보험료)이 낮을수록 부도 위험도 작다는 뜻이다.

"비핵화 성과 나타나려면 오래 걸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 완화라는 기대감은 잠깐의 호재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북한 비핵화라는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후폭풍 우려와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도 여전히 대외 변수로 남아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면서, 향후 북·미 관계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비핵화라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감보다는 기업 실적 등 산업 내 변화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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