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책을 품다

서울 사는 박종현(55)·김은희(52)씨 부부는 지난달 부산 기장에 있는 힐튼부산호텔에 묵었다가 책을 한 아름 사왔다. 호텔 내에 있던 대형 서점 덕분이다. 박씨는 "호텔 안에 서점이 있으니 가족과 함께 편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호텔에 책이 들어왔다. 방에 비치된 책을 팔거나 아예 호텔 내에 서점을 갖춘 곳이 늘고 있다. 힐튼부산호텔이 있는 '아난티 코브'엔 책 2만여 권을 갖춘 서점 '이터널 저니'가 있고 호텔방과 레스토랑에도 책을 갖추고 있다. 서울 동교동 '롯데호텔 L7홍대'는 로비 벽 한 면을 다양한 책들과 소품으로 꾸몄다. 이 호텔 관계자는 "호텔을 조금 더 친화적으로 만들려고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투숙객뿐 아니라 호텔을 방문한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서울'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과 책의 만남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대만 타이베이의 청핀호텔은 투숙객 전용 독서 살롱을 만들었고, 서점처럼 꾸민 일본 교토 '북 앤 베드'는 책을 읽다 잠들 수 있도록 이층 침대를 책장으로 둘러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안다즈호텔은 객실마다 10여 권의 책을 두고, 원하면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CNN은 "부티크 호텔을 중심으로 고객이 건물 내부의 로비, 객실 또는 바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텔과 책의 만남은 디지털 시대에 지친 현대인들이 쉼의 매개로 책을 읽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호텔들은 '이곳에 와 책을 읽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휴식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