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18 22:12

[中 '더블스타' 차이융썬 회장,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과 간담회]

- 고용보장 등 3승계
노조보장·임금협상 체제 유지 등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

- 먹튀?
금호는 승용차 기술력 뛰어나 인수하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선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 경영진이 처음으로 인수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혔다. 그동안은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을 통해 더블스타의 태도가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국내에선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2004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기술만 빼내고 재매각한 것처럼 '먹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를 의식해 더블스타는 이례적으로 지난 16일 본지를 비롯한 국내 언론사 7곳에 중국 칭다오(靑島) 현지 취재를 요청했다.

더블스타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건 기술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먹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차이 회장은 그러나 국내에 "더블스타가 고용과 노동조합 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에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노조 보장과 임금 협상 체제 유지는 전달받지 못했다.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이 16일 중국 칭다오 본사에서 한국 언론사 취재진에게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이 16일 중국 칭다오 본사에서 한국 언론사 취재진에게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블스타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지난 12일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노조 대표들을 만나 "채권단과 함께 중국 칭다오 더블스타를 방문해 차이 회장 등을 만나 논의했다"며 '승계' 문제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차이 회장은 고용 보장을 제외한 노조의 구체적 요구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한 것이다.

더블스타는 이날 한국 언론에 칭다오 공장, R&D 센터 방문 등에 시간 대부분을 분배하고, 차이 회장 인터뷰는 통역을 포함해 1시간 남짓만 할애했다. 질문이 쏟아졌지만, 차이 회장은 "기술 때문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게 아니다" "금호타이어를 도와서 발전시키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한 뒤 다음 일정을 이유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18일 "채권단이 해외 매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되고, 노조도 회사를 살릴 방안이라면 어떠한 논의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조건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간담회를 요청했나.

"한국에서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해 부정적 관점이 많아서 간담회를 하게 됐다. 산업은행과 협의해 일을 추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만한 기술력·자금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기술력 가운데 트럭·버스용 타이어(TBR)는 더블스타가 우위에 있고, 승용차용 타이어(PCR)는 금호타이어가 우위에 있다. 금호타이어의 PCR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의향이 있다. 인수에 성공하면 금호타이어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더블스타는 칭다오시에 있는 다른 세 국유 기업과 '싱웨이코리아(星微韓國)'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세 국유 기업의 순자산 총액이 15조원이다. 칭다오시 발전 전략에 따르면 시는 더블스타를 강하게 키워 타이어 산업을 발전시키려 한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대가 심하다. 방한해 노조를 설득할 의향이 있나.

"필요하다면 하겠다. 일반 기업은 주주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더블스타는 전체 직원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다. 더블스타는 중국 타이어 상장사 중 유일하게 임직원이 회사 주식을 보유한 회사다. 더블스타가 제안한 인수 방식이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직원들이 본다. 인수가 성사돼도 금호타이어 본사는 한국에 있고, 독립 운영될 것이다."

―노조가 끝내 해외 매각 방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인수 않겠다고 말한 것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2004년 상하이차처럼 기술만 빼내고 다시 재매각하는 '먹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쌍용차 인수는 14년 전 일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쌍용차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더블스타는 최대 주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번에 투자한 금액도 금호타이어의 채무로 바꿀 생각이 없다. 금호타이어가 부도 나면 금호타이어 직원뿐 아니라 더블스타도 많은 피해를 본다."

―'먹튀'는 없다는 확답인가.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PCR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PCR 기술을 누구에게 주겠나."

―한국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 있나.

"(정상화 뒤) 시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증자해서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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