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0 01:07

해외펀드 비중 3년새 1.5배 늘어… 중국·인도·북미 펀드 등 인기
베트남 등 신흥국 주목받지만 올해부터 비과세 혜택 사라지고
하락장 대비해 골고루 투자해야

몇 년 전 퇴직한 김모(63)씨는 1억7200만원을 펀드에 투자(연금형 포함)하고 있다. 9개 상품에 분산 투자했는데, 이 중 국내 펀드는 2000만원짜리 1개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중국·인도·베트남·일본 등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다. 중국 펀드(4400만원)와 베트남 펀드(3000만원)에 가장 많은 돈을 넣었다. 19일 현재 김씨의 펀드 투자 수익률은 13.5%에 달한다. 예전부터 펀드 투자를 즐기던 김씨는 3년 전만 해도 전체 자산의 83%를 국내 펀드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투자한다.

해외 펀드 비중, 3년 새 1.5배 증가

가장 보편적인 재테크 상품인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 중 김씨처럼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체 펀드 투자 중 해외 투자 비중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다. 19일 '펀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펀드온라인코리아에 따르면, 올 3월(지난 9일 기준) 해외 펀드 투자 금액 비중은 72%로 3년 전(46%)의 1.5배가 넘는다. 2015년 3월에는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투자 비중이 22.1%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9.1%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가장 많은 돈이 몰린 상품은 중국 주식형(15.2%) 펀드다. 인도 주식(6.7%)과 글로벌 주식(6.3%), 북미 주식(5.5%)형도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3년 전에는 투자 상위 펀드 3개가 전부 국내형이었지만, 지금은 전부 해외형(인도·베트남·미국)이다.

해외 펀드 비중이 지난 3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비과세(非課稅) 혜택에 있다. 정부는 해외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6년 2월부터 작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의 매매 차익과 환(換)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최대 10년간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줬다. 보통은 해외 상장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매매 차익에서 세금을 뗄 필요가 없는 국내 펀드와 비교할 때 해외 펀드는 불리한 점이 많았다. 세금 장벽이 사라지자 해외 펀드에는 10개월 만에 1조원 넘는 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과세 혜택만으로 해외 펀드에 돈이 몰린 것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간 해외시장 수익률이 좋았고, 해외 정보를 얻는 것도 예전보다 쉬워졌으며, 투자처를 국내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투자 트렌드가 크게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 김승현 팀장은 "지난 3년간은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 관련 종목이 집중돼 있다 보니 해외 펀드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환 손실, 취약한 정보력, 운용 보수 등은 따져봐야

만 19세 미만인 미성년자의 해외 펀드 투자 비중이 지난 3년 새 3.1%에서 5.8%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특이점이다. 펀드온라인코리아 관계자는 "자녀 명의의 펀드를 개설해 자산 증여 수단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10년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해외 펀드 전성시대가 도래했지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해외 투자만을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해외 펀드는 투자 손실 외에 화폐 가치 변동에 따른 환(換)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국내 투자자는 현지 정보에 둔감할 수밖에 없어서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베트남·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펀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투자 지역·국가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지금 신흥국이 좋다고 관련 펀드만 담을 게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지역 펀드와 정보 접근성이 좋은 국내 펀드도 함께 담아야 하락장에 대비할 수 있다"며 "연 5%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할 경우, 선진과 신흥 시장 투자 비중을 6대4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 점, 운용 보수가 국내형보다 높다는 점도 해외 펀드 투자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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