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 '나쁨' 이상… 올해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 시민들 "마스크 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분통 '청소부' 역할하는 바람 안불어 대기 중 오염물질 그대로 쌓여
지난 24일 한강변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 직장인 권모(35)씨는 자신이 목표한 거리의 절반 정도만 달리다 귀가했다. 권씨는 "자전거를 타다 보니 눈과 목이 따갑고 기침이 났다"며 "주말 동안 미세 먼지 때문에 등산, 마라톤, 야구 경기 관람 등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없었다며 답답해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영·유아를 키우는 가족의 경우 미세 먼지가 더욱 야속했다. 생후 13개월 된 딸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33)씨는 "봄이라 아이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미세 먼지 때문에 주말 내내 집에 갇혀 있었다"며 "아이가 너무 어려서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엔 외출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폭탄’에 마스크 쓰고 돌아온 야구… 오늘 수도권 공공기관 차량 2부제 -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채 훈련하고 있다. 지난 24~25일 올 들어 최악의 고농도 미세 먼지가 전국을 덮쳤다. 주말에 야외로 나온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26일에도 수도권·강원 영서·충북의 미세 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환경부와 서울시 등은 25일 오후 5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26일 수도권에 있는 행정·공공 기관 임직원들은 차량 2부제를 적용받는다. /김경민 기자
주말인 24~25일 올 들어 최악의 고농도 미세 먼지(PM2.5)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민이 야외 활동을 포기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마스크를 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환경부는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해외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배출된 대기오염 물질이 대기 중에 축적된 것이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해외 대기오염 물질, 국내 대기오염 물질에다 대기 정체라는 '미세 먼지 3대 주범'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 최악의 미세 먼지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봄나들이 훼방꾼 미세 먼지
25일 오후 1시 기준 서울·경기·충북의 일평균 미세 먼지 농도는 예보 등급 기준으로 '매우 나쁨(101㎍/㎥ 이상)' 수준이었다.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102㎍/㎥까지 올랐고, 경기(109㎍/㎥)와 충북(102㎍/㎥) 지역의 미세 먼지 농도도 매우 높았다.
경기 지역의 미세 먼지 농도는 일시적으로 183㎍/㎥까지 치솟기도 했다. 24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는데, 25일 수도권 등 서쪽 지역에서는 전날보다 미세 먼지 농도가 더 높아졌다.
전국적으로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린 25일 서울 강남 거리의 빌딩들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미세 먼지 농도가 높게 치솟으면서 수많은 국민이 야외 활동을 포기해야 했다. 환경부는 26일에도 수도권 등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자 공공 기관 임직원 차량 2부제 등을 실시하는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박상훈 기자
26일에도 수도권·강원 영서·충북의 미세 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서울·경기·인천의 일평균 미세 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했고, 26일에도 세 지역의 미세 먼지 농도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들어 네 번째로 '수도권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한다"고 25일 밝혔다. 이 조치로 26일 수도권에 있는 행정·공공 기관 임직원 52만7000명은 차량 2부제를 적용받아 차량번호 끝자리가 짝수(26일이 짝수이기 때문)인 차량만 운행 가능하다.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고농도 초래
주말 동안 이어진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 정체'였다. 환경부 대기질 통합예보센터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 물질이나 국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도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아서 대기오염 물질을 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남서풍 혹은 서풍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선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도 국내로 꾸준히 유입될 수 있다. 미세 먼지 농도가 낮았던 지난 20~21일에는 동풍이 강하게 불면서 중국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 물질을 막아냈다.
다만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중국도 난방을 하는 시기가 끝났기 때문에 겨울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많지 않다"며 "대기 정체 때문에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오히려 국내에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여러 가지 노력들이 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5월까지는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기상 업체 케이웨더 관계자는 "5월까지는 비교적 대기가 안정돼 공기가 위아래로도 순환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이 쉽게 축적된다"며 "기온이 오르며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6월이 되기 전까지는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3~5월은 중국 네이멍구 지역 등에서 발원한 황사도 국내로 유입되는 시기다. 황사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굵은 미세 먼지(PM10) 농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