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빌려간 문서 이제야 돌려드립니다

고문서 반납 여행｜아미노 요시히코 지음｜김시덕 옮김｜글항아리｜264쪽｜1만4000원

"미담이고 쾌거입니다. 문서를 반납하러 온 건 당신이 처음입니다!"

1982년 11월, 가나가와대학 아미노 요시히코(1928~2004) 교수를 맞이한 쓰시마 역사민속자료관 연구원이 말했다. 아미노 교수는 당시 대학에 보관해온 고문서들을 돌려주러 간 참이었다. 1950년에 빌렸으니 반납에 31년이 걸린 셈. 질책을 각오했던 그는 "생각지 못한 칭찬에 안도했다"고 했다.

연구소엔 고문서가 100만점 넘게 있었다. 1949년 사회사 자료관을 세운다고 시작한 정부 사업이 파탄 나 각지에서 빌려온 뒤 돌려주지 못한 문서들이다. 젊을 때 이 사업에 참여했던 저자는 문서를 본래 주인에게 직접 찾아가 돌려주는 데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쳤다. "도둑놈"이라 욕도 먹고 "신께서 도우셨다"며 인사도 받았다. 1967년부터 30여 년에 걸친 여정의 기록이다. 빌리고 돌려준 사연, 민속지 지식과 자료가 생생하고 흥미롭다.

이 여정을 통해 저자의 연구는 깊어졌다. 일본 사학계에 화전민·어민 등 주변부 삶에 주목하는 중세사 연구 붐이 일었다. '원령공주' 같은 거대 이야기는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