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CDP·카세트테이프, 2030이 찾아 나서는 까닭은

음반점의 부활은 아날로그 음악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뜻한다. 음반점 주 고객인 20~30대는 편리한 디지털 스트리밍 음원을 마다하고 LP와 카세트테이프를 찾아 전국을 찾아다닌다. 덩달아 '원조 아날로그 세대'인 50대 이상 장년층도 장롱 속 LP와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디지털 음악은 소비재이지만, 아날로그 음악은 '경험재'가 되고 있다.

대전에서 직장에 다니는 이종우(27)씨는 서울 홍대 인근 독립 음반점 할인 행사 날짜를 적어뒀다가 한 달 2~3번 꼭 서울에 올라와 들른다. "스트리밍은 편하지만 내 것이란 생각이 안 든다. 반면 음반은 사러 가는 길부터, 고르고 사서 들고 오는 과정까지 경험이자 추억"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타고 음반 구하러 가는 이도 조금씩 늘고 있다. 전 세계 LP 시장의 확대와 함께 해외 유명 독립 음반점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의 '히스 마스터스 보이스', 쇼디치 거리의 '러프 트레이드', '세계 최대 독립 음반점'이라는 미국 LA의 '아메바 뮤직'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최대 중고 음반점인 '디스크 유니언' 역시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2년 전부터 LP를 사 모은 직장인 박정란(27)씨는 "신보를 LP로 먼저 발매하는 외국 아티스트도 많아 해외여행 갈 때 레코드숍을 가장 먼저 들른다"고 말했다.

CD 플레이어도 멸종되다시피 한 시대에, 턴테이블과 카세트 플레이어를 찾는 발길도 늘었다. 카세트테이프를 전문으로 파는 서울 도화동 음반점 '도프레코드'는 오픈 직후 카세트테이프 재생 기기를 찾는 사람이 쏟아져 플레이어도 함께 팔고 있다. 서울 동묘역 인근에 있는 반석전자 조모(61) 사장은 "카세트 플레이어는 대개 절판돼 과거보다 2배에 팔리는데도 젊은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10~20대가 몰리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 턴테이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오래되고 고장 난 턴테이블과 카세트 플레이어, CD 플레이어가 수리점에 몰리기도 한다. 서울 세운상가 영진전자 안성철(61) 사장은 "오래된 기기는 많게는 10만원까지 수리비가 든다"며 "20대 손님들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꼭 고쳐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아날로그 재생 기기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소장품을 들고 LP바나 음악감상실을 찾아다닌다. 서울 연남동 음악바 '데어데어'사장 권범준(40)씨는 "최근 LP를 가져와 틀어달라는 젊은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다소 귀찮더라도 나만의 경험을 원하는 젊은 세대와 아날로그 음반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이제 음반은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개인 취향에 맞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경험재'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