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조로 뛴 ING생명… 새 주인 누가 될까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생명보험 업계 6위 ING생명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를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NG생명의 덩치를 고려했을 때 업계에서는 인수 여력이 있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을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위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이는 와중이어서 연 3000억원대 순익을 내는 ING생명의 새 주인이 되면 업계 1위를 굳힐 수 있다. 다만 ING생명 매각가가 3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인수 가격엔 부담을 느낄 것이란 전망이다. 두 금융 그룹 사이의 인수 경쟁으로 가격이 치솟으면 인수전 자체가 아예 무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KB·신한 등, ING생명 실사 중…"인수에 명분도 실리도 있어"

ING생명은 네덜란드 ING그룹의 보험사로 1991년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유럽계 보험사들이 위기 때 받은 공적자금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사업을 매각하는 와중에 매물로 나왔었다. 2012년엔 KB금융이 인수하려다 이사회 내 의견이 모여지지 않아 실패했다. 결국 201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MBK는 이제 투자한 지 5년이 돼 간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평균 투자 기간이 10년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매각 시기가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ING생명이 올해 말까지만 'ING'라는 사명을 이용할 수 있어 MBK가 사명 변경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기 전인 올해 안에 매각을 성사시키려고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금융과 KB금융은 ING생명의 매각 주관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ING생명에 대한 기초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과 재무 현황 등을 살펴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NG생명은 KB와 신한 모두 마다할 이유가 없는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평가한다. ING생명은 작년 매출 4조3423억원, 순익 3402억원을 냈다. 이 때문에 ING생명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신한금융은 ING생명을 품에 안으면 순익 측면에서 KB금융을 제치고 다시 업계 1위로 등극할 수 있다. 작년 순익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신한금융의 ING생명 인수 후 순익은 3조3121억원으로 KB금융 순익(3조3119억원)을 앞서게 된다. 반대로 KB금융이 인수한다면 순익이 작년 기준으로 신한금융보다 6800억원 많게 된다. 작년에 신한금융을 제치고 9년 만에 탈환한 '리딩 뱅크' 자리가 확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보험 부문이 약한 KB금융으로선 비(非)은행 분야를 강화할 계기도 된다.

더구나 ING생명은 업계에서 재무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 여력 비율(RBC)이 450%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재무 구조가 튼튼하다 보니 보험 업계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중 하나인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타격을 적게 받을 보험사로도 꼽힌다.

◇"높은 값엔 인수 안 할 듯"

그러나 ING생명의 높은 몸값 때문에 KB와 신한 모두 쉽게 인수를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2013년엔 지분 100% 인수가가 1조8000억원이었다. 그러나 MBK가 인수한 후에 기업 가치를 올려 놨다. 이번에 매각 지분은 작년 5월 MBK가 ING생명을 상장해 지분 일부를 팔고 남은 59.15%다. 업계에선 매각가가 3조원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포함된 가격이다.

하지만 KB나 신한 모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내면서 선뜻 인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두 그룹 모두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해 증자를 해야 하는데, 3조원을 넘어가면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금융의 경우 ING생명 대신 다른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인수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라며 "KB와 신한 중 한 곳이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한다면 두 금융 그룹의 격차가 벌어지겠지만, 비싸게 가져간다면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