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8 23:58

코스피200·국채·금값 등에 연동, 주식처럼 상장돼 자유롭게 거래
16년만에 108배, 순자산 37조

수익률 2배 좇는 레버리지 '逆수익률' 인버스 상품 위험성 커
금감원, 소비자 경보 발령

직장인 정모(35)씨는 연초부터 주식 자산 대부분을 상장지수펀드(ETF)로 교체하고 있다. 개별 바이오 종목에 투자했다가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봤던 경험 때문이다. 정씨는 '셀트리온'에 투자했다가 지난 1월 급락세에 놀라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파는 것)했고, 한동안 뜨겁게 달아오르던 '차바이오텍'도 매수했으나 지난주 42% 급락세를 경험했다. 이에 반해 ETF 투자는 성과가 좋다. 코스닥150, KRX 헬스케어, 삼성그룹주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해 3개월 만에 12%의 수익을 올렸다. 정씨는 "ETF는 한 종목만 사도 여러 우량주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서 수익 대비 안정성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TF는 코스피200이나 금값 또는 원유 가격처럼 특정 지수나 특정 자산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인덱스 펀드와 비슷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종목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ETF 전성시대…16년 만에 108배 성장

지난해 순자산 총액이 10조원 넘게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ETF가 올해도 주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은 37조4053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조8000억원쯤 늘었다. ETF가 한국에 처음 도입된 2002년(3444억원)과 비교하면 16년여 만에 108배 넘게 덩치가 불어난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증가 속도가 더디지만, 2015년(연간 1조9740억원 증가)이나 2016년(연간 3조4700억원 증가)에 비해선 2~3배 이상 자산 증식 속도가 빠르다. 작년엔 증시 활황세로 ETF 순자산 총액이 10조5000억원 늘었다.

 

최근 3년간 국내 ETF 순자산총액 그래프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340개 ETF 중 올해 돈이 가장 많이 몰린 종목(23일 기준)은 'KBSTAR국고채3년 선물 인버스'다. 3개월 만에 8000억원이 들어왔다. 이 ETF는 '국채선물지수(F-KTB)'를 기초 지수로 한다. 인버스(inverse) 종목이기 때문에 지수가 내려가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 들어 본격적인 한·미 금리 인상기를 맞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떨어졌기 때문에 국채 인버스 상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KODEX레버리지'(3900억원)와 'KODEX코스닥150'(3200억원)이 올해 자금 유입액 2~3위에 올랐다. 두 종목은 각각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한다.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종목은 'TIGER200중공업'과 'KBSTAR200중공업'으로 각각 16.5%, 16.2%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등 고위험 상품 주의보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펀드처럼 환매에 시간이 걸려 애를 먹지 않아도 된다. ETF가 단순히 지수만 따라가는 수동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액티브 펀드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상품도 있다. '스마트 베타 ETF'다. 전통적인 ETF가 시장 평균 수익률 정도를 내겠다는 전략(패시브 전략)을 쓰고 있지만, 스마트 베타 ETF는 여기에 더해 펀드매니저가 사용하는 다양한 투자 기법을 접목해 초과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ETF 중에서도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 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가 10% 하락하면 20%의 손실을 본다. 인버스 상품은 지수가 10% 상승하면 반대로 10%를 잃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러한 고위험 ETF 판매가 늘고 있다며 28일 관련 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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